앞으로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거나 기업의 중요 정보를 침해하는 물품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수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게 된다. 상대국의 부당한 비관세 장벽을 조사해 매년 ‘무역장벽 보고서’를 펴내고 교역상대국과 공식 시정 협의에 나서는 제도적 기반도 함께 가동된다.
산업통상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 「대외무역법」(법률 제21568호)과 하위 시행령이 2026년 10월 22일부터 동시 시행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1일 공포된 이번 개정안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종전 대외무역법 제5조는 전쟁·사변·천재지변 등 전통적인 물리적 비상사태나 상대국의 부당한 차별 조치 등이 있을 때에만 수출입 제한 특별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해 왔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나 데이터 유출, 공급망 교란 등 급변하는 경제안보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개정법은 제5조 제1호의 사유를 ‘전쟁ㆍ사변ㆍ천재지변 또는 그 밖의 비상사태 등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일으키거나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로 대폭 넓혔다. 아울러 같은 조 제6호부터 제11호까지를 신설해 특허권·상표권·저작권 및 개인·기업 정보 보호 규정의 준수 확보, 공중도덕 보호, 금·은의 안정적 수급관리, 교도소 노동상품 규제 등을 명시적 제한·금지 사유로 못 박았다.
상대국의 불합리한 수입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판 무역장벽 보고서(NTE)’ 작성도 의무화됐다. 개정법 제7조 제4항과 제5항에 따라 산업통상부장관은 주요 교역상대국의 수입규제와 시장접근 관련 제도·관행을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매년 작성·발간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국과 시정조치 협의를 적극 진행해야 하며, 교역상대국이 협의 결과를 이행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통상이익이 침해되면 상응하는 수출입 제한 조치(제5조 제11호)까지 취할 수 있게 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안전망도 법률에 들어왔다. 신설된 제8조의3은 환경규제 강화나 지속가능 공급망 요구 등 신통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문인력 양성, 상담, 정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산업통상부장관은 관세청장에게 협정관세 활용률 통계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사업을 수행할 ‘통상활용지원기관’을 지정해 운영 경비를 지원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개정 대외무역법은 통상협정 활용과 통상환경 대응 지원 체계를 보완하고 경제안보 차원의 수출입 제한·금지 조치 근거를 강화한 것”이라며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민관 협력 기반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의 무역 위기 대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와 통상 전문 실무진은 이번 법 시행으로 기업의 리스크 관리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수출입 물품이 국가안보 위해 우려나 영업비밀 침해 품목으로 분류되면 행정청의 직권 제한 처분을 받을 수 있어 공급망 실사와 사전 법률 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동하는 수출입 제한 처분에 앞서 신설 시행령에 규정된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 절차에 기업이 선제 대응해야 할 과제도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