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이나 스타트업 동업 과정에서 사업을 중도에 정리한 뒤 상대방으로부터 거액의 위약금 소송을 당하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구두나 모바일 메신저로 사업 중단에 뜻을 모았더라도, 계약서에 적힌 위약금과 경업금지 조항을 앞세워 수억 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제작자 A 씨는 2025년 계약기간 3년 조건으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영업 동업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피고가 중도해지할 경우 4억8,000만 원의 위약금을 물고, 계약 종료 후 18개월 동안 동종업종에 종사하면 1억2,000만 원의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사업 시작 약 2개월 뒤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A 씨는 계약 종료 의사를 전했고, 상대방 B 씨도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B 씨는 태도를 바꿔 중도해지 위약금과 경업금지 위반, 미정산 수익 등을 합쳐 1억2,000만 원 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당시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계약이 상호 합의 아래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원고의 위약금·위약벌·수익정산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대여금 잔액 약 117만 원만 인정했다. 원고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이어졌다.

합의해지 인정되면 위약금 청구 원칙적 배제

항소심의 최우선 과제는 1심이 인정한 '상호 합의해지' 판단을 유지하는 일이다. 대법원은 계약이 합의에 따라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 손해배상 특약이나 청구 유보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며, 기존 계약의 위약금 약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2017다220416).

법률사무소 조율의 조가연 변호사는 "원고가 단순히 합의해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1심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는다"며 "계약 종료 전후의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대화, 업무 중단 경위, 상대방도 공동사업을 중단하려 했던 정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쌍방 의사합치에 따른 종료였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업금지 위약벌, 민법 제103조 무효 주장 필수

항소심에서 B 씨는 계약 종료 후 A 씨가 동종 영상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1억2,000만 원의 위약벌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려면 실제 수행한 업무가 계약상 금지된 동종업종인지 따져보고, 2개월 남짓 진행된 사업에서 1억2,000만 원의 위약벌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짚어야 한다.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는 일반 위약금은 부당하게 과다할 때 법원이 직권 감액할 수 있다. 반면 의무 위반을 제재하는 순수 위약벌은 법원이 임의로 깎을 수 없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민법 제103조에 따라 효력을 제한한다(대법원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위약벌 조항 자체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라는 점을 법리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다.

새로 나온 계좌내역 표로 정리…소송구조 활용도 검토

1심 이후 새로 확인한 정산 계좌내역과 업무자료도 항소심 변론에서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 조 변호사는 "계약 종료 전 공동사업 수익과 종료 후 독립적으로 번 대금을 명확히 분리하고, 입금 일자와 지급자, 업무 내용을 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2심 변호사 선임료가 400만~700만 원 수준인 반면 통장 잔액이 약 50만 원에 불과해 자금 사정이 어려운 당사자는 제도적 조력을 고려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28조에 규정된 소송구조 제도는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않고 자금 능력이 부족한 당사자에게 인지대와 변호사 보수 납입을 유예해 준다. 소송구조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면 판결문과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준비서면 작성 대행이나 검토만 받는 분리 위임 방식도 대안이 된다.

전문가들은 동업을 중단할 때 구두 합의에 그치지 말고, 향후 일체의 손해배상이나 정산 청구를 포기한다는 청산 합의서를 서면으로 남겨야 불필요한 위약금 소송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