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매매 다음 날로 앞당기는 ‘T+1’ 도입과 2027년 토큰증권(STO)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가 미국과 홍콩의 증시 핵심 인프라 기관들과 머리를 맞댔다. 매도 대금 정산이 하루 빨라지는 대신 결제 실패를 막기 위한 금융권의 사후처리 전산 개편과 법률 정비가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9월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현장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미국 나스닥(Nasdaq),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 홍콩거래소(HKEX) 고위 관계자들과 연쇄 면담했다고 밝혔다. 면담에는 밥 맥쿠이 나스닥 부회장, 티모시 커디히 DTCC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유태석 홍콩거래소 전무가 참석했다.

토큰증권 연계와 T+1 결제주기 단축 논의

핵심 의제는 결제주기 단축과 토큰증권 제도화였다. 현재 한국 증시는 매매체결일로부터 2영업일 뒤 결제가 이뤄지는 T+2 체제를 운용하고 있으나,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춘 T+1 단축 로드맵 마련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24년 5월 T+1을 선제 도입했고, 홍콩거래소는 2026년 4월 단축 계획을 발표해 2027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큰증권 인프라 연계도 집중 논의됐다. 국내에서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권리 등록과 자기자본 40억 원 등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 요건을 담은 개정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이 2027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티모시 커디히 DTCC CRO는 “토큰증권이 앞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을 이끌 핵심 미래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도 2027년 2월 전자증권법 시행으로 본격적인 토큰증권 생태계가 구축될 예정인 만큼 안정적인 시장 육성과 글로벌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해 거래소·예탁원 등 유관기관 간 세부 제도들을 긴밀히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스닥 동전주 퇴출·세그먼트 제도 공유

시장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는 나스닥의 세그먼트 분리와 상장폐지 모델이 테이블에 올랐다. 나스닥은 상장 요건에 따라 시장을 ‘글로벌 셀렉트 마켓’, ‘글로벌 마켓’, ‘캐피탈 마켓’ 등 3단계로 분리 운용하고 있으며, 1달러 미만 동전주(Penny Stock)에는 엄격한 상장폐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러한 운용 경험을 공유받고 한국 상장지수상품(ETP) 발전 방향을 협의했다.

결제주기 단축에 따른 시장 참여자의 실무적 부담과 과제도 제기됐다. 유태석 홍콩거래소 전무는 “결제주기 단축은 국내·외국인 투자자, 증권사, 수탁은행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이해관계와 애로사항을 면밀히 고려해야 할 고난도 과제”라며 “토큰증권 도입, 거래시간 연장 등 여러 시스템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력·시간적 부담과 아시아와 영미권 간 시차에 따른 현실적인 제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자본시장 실무 파장과 과제

결제주기가 T+1으로 줄어들면 개인 투자자는 주식 매도 후 대금 회수 기간이 하루 단축돼 자금 회전율이 높아진다. 미국은 2024년 5월 T+1 도입 이후 미국 증권청산소(NSCC) 청산기금이 128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약 29%(37억 달러) 감소하며 증거금 묶임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와 수탁기관에는 매매 당일 거래확인(affirmation)과 환전, 증권 인도를 마쳐야 하는 백오피스 IT 개편 부담이 가중된다. 시차가 존재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환전 제약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27년 2월 전자증권법 시행과 맞물려 기관 전용 사모MMF, 사모사채, 신탁방식 비상장주식 등 1단계 토큰증권 발행·유통 체계 구축을 둘러싼 금융 규제 자문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