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와 11조3,000억 원의 선수금을 쌓아 올린 상조업계에서 대주주나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주던 이른바 ‘사금고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대여금과 지급보증 총액은 자기 자본금의 50%를 넘지 못하며,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9월 30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대회의실에서 사업자 간담회를 열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교원라이프, 보람상조라이프 등 14개 주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와 공제조합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정위는 최근 공포된 개정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의 주요 규제와 준비 사항을 설명했다.
대여금 한도 자본금 50%로 묶고 이사회 의결 의무화
개정 할부거래법의 핵심은 제34조의2를 신설해 금융회사 수준의 자산건전성 규제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점이다.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한 지배주주 및 그 배우자,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상대로 한 신용공여 총액은 자본금의 50% 이내로 엄격히 제한된다.
한도 내 거래라 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을 대여하거나 보증할 때는 재적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신용공여 현황은 분기별로 공정위에 보고하고 인터넷 등에 공시해야 한다. 신용공여 한도를 넘긴 사업자와 거래 상대방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행정처분으로 영업정지까지 내려질 수 있다. 보고·공시나 이사회 의결 절차를 위반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1조 원 선수금 ‘사금고화’ 차단…합동조사반 가동
종전 할부거래법 체계에서는 소비자가 납입한 선수금의 50%만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보전하면, 나머지 자금을 사업자가 지배주주에게 대여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하더라도 이를 직접 규제할 법적 장치가 없었다. 이로 인해 대주주 부실이 상조업체 자본 잠식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개정 법률은 규제 실효성을 높이고자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반’ 구성 근거도 신설했다. 소비자가 계약 체결일과 납입 내역, 피해보상 절차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선불식 할부거래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계약 해제 서류를 5년간 보존·열람하도록 의무화했다.
1년 유예기간 부여…공정위 “미숙지 위반도 엄벌”
신용공여 한도 규제는 개정 법률 부칙 제5조에 따라 법 시행 후 1년의 유예 경과조치를 둔다. 법 시행 당시 이미 자본금의 50%를 초과해 자금을 빌려준 사업자는 1년 안에 대여금을 회수하거나 자본을 확충해 기준을 맞춰야 한다.
공정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은 장래 계약 이행을 위한 재원이며, 지배주주등에게 대여해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선수금의 사금고화를 초래하고 소비자 신뢰를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향후 고의적인 법 위반은 물론 내용을 몰라서 위반한 경우까지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선제적인 신용공여 회수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업계는 사업자 규모별 특성을 고려한 비례적 규제 적용과 운용심의위원회 설치 등 내부 규정 정비에 필요한 충분한 준비기간을 요청했다. 2026년 9월 8일 공포된 개정 할부거래법은 공포 1년 뒤 본격 시행되며, 공정위는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개정과 소비자보호 지침 정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