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탁회사에 맡겨 둔 부동산은 조합원별로 과세표준을 쪼개어 종합부동산세를 낮출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합 단위로 대상 부동산 전체를 합산해 누진세율을 매겨야 하므로, 늘어난 세 부담이 사업비 증가나 조합원 추가분담금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인 A 조합이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25구합54914). 재판부는 신탁회사에 부동산을 맡긴 위탁자로서 조합 자신이 직접 납세의무를 지며, 과세표준 역시 조합원별이 아닌 조합 전체를 기준으로 합산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실관계

A 조합은 사업부지 내 토지와 주택을 사들인 뒤 사업 진행과 대출 담보, 자금 관리를 위해 신탁회사에 부동산을 신탁했다. 이후 조합은 매수 자금이 개별 조합원들의 분담금에서 나왔다는 점을 들었다.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질적 위탁자인 조합원별로 과세표준을 나눠 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며 관할 과세관청에 감액경정을 청구했다. 그러나 세무서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법원은 세법 규정의 문언을 근거로 조합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과 제12조 제2항은 신탁재산인 주택과 토지의 납세의무자를 원칙적으로 위탁자로 규정하면서,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이 납부한 금전으로 매수해 소유한 경우에는 '해당 지역주택조합'을 납세의무자로 명시하고 있다. 개별 조합원이 아닌 조합 자체가 단일 납세의무자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종합부동산세법상 과세표준 산정 기준 역시 납세의무자별로 전국 대상 부동산 공시가격을 합산하도록 정해져 있으므로, 위탁자이자 납세의무자인 조합을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을 합산해 세액을 계산한 당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판결 의의

신탁제도를 활용한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2020년 말 종합부동산세법과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의무자가 수탁자(신탁회사)에서 위탁자로 환원됐다. 당시 입법부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잦은 조합원 가입과 탈퇴, 지분 산정의 복잡성으로 인한 행정상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 자체를 납세의무자로 보는 특례 규정을 명문화했다. 이번 판결은 이 같은 법 개정 취지와 조문 구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신탁을 이용해 과세표준을 쪼개려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