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지목이 도로인 시유지 위에 건물이 들어섰더라도, 도로 지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제 도로로 쓰이지 않았다면 행정청이 무단점유 변상금을 물릴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공용으로 쓰이지 않는 일반재산인 만큼 20년 이상 평온하게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면 토지를 사용할 정당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사건번호 2026구합50956)은 서울특별시 소유 토지 위에 지어진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이 관할 행정청을 상대로 낸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26년 10월 20일 밝혔다.
사실관계
분쟁이 불거진 토지는 서울시 소유로, 등기부와 토지대장상 지목이 도로로 등재돼 있었다. 해당 토지 위에는 1981년 1월 17일 사용승인을 받은 집합건물이 들어서 오랜 기간 유지됐다. 피고인 관할 행정청은 적법한 대부계약이나 허가가 없었다는 이유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공유재산법) 제81조를 적용해 구분소유자인 원고들에게 변상금을 부과했다. 공유재산법상 무단점유 변상금은 통상 대부료나 사용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해당 토지가 시효취득이 금지되는 공유재산법상 행정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해당 토지에 도로법에 따른 노선의 지정 또는 인정 공고나 도로구역의 결정·고시가 없었고, 도시계획법 소정의 절차를 거쳐 도로가 설치됐다는 자료도 없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집합건물 사용승인이 난 1981년 1월 17일 이래 현재까지 해당 토지가 도로로서의 형태나 형상을 갖추지 않았고, 일반인이 통행하지도 않았으며 통행할 가능성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류상 지목과 무관하게 법률상·사실상 도로로 기능하지 않아 공공용물인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원고들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인정했다. 원고들과 전 소유자들이 소유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를 이어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으므로, 토지를 사용·수익할 정당한 권원이 있는 사람들에게 내린 변상금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판결 의의
국·공유재산 중 행정재산은 사법상 거래나 민법상 점유취득시효 대상이 되지 않지만, 일반재산은 20년간 소유 의사로 점유할 경우 시효취득 대상이 된다. 이번 판결은 행정청이 공부상 지목만 앞세워 현장 실태나 공용개시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변상금을 물려온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