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원을 징계할 때 변호사의 입회와 진술을 막았다면 징계 처분 전체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청구하는 렌터카 대차료를 산정할 때 법원이 보험약관의 최저요금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기준도 확립됐다. 아울러 소송구조 결정을 기다리다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넘긴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는 법리도 함께 마련됐다.
대법원 법원도서관은 이 같은 판시가 담긴 중요 판례들을 수록한 '2026년 10월 15일 자 판례공보 요약본'을 10월 20일 공개했다. 이번 공보에는 2026년 8월 13일 선고된 판결과 8월 24일·25일 내려진 주요 결정들이 일제히 실렸다.
사립교원 징계에 변호사 조력권 첫 보장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사립학교 교원의 교원징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선임 변호사의 동석과 진술 요구를 거부한 채 내린 해임 처분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선고했다(2024두61155).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과 헌법 제31조 제6항이 정한 교원의 신분보장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징계 대상자의 실질적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종전 판례는 공무원이나 사관생도처럼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만 징계 절차상 변호사 조력권을 필수적으로 인정해 왔다. 사립학교 교원은 법인과의 사법상 고용계약 관계라는 이유로 동석 거부를 적법하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이어졌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전국 사립대학과 초중고 법인은 징계위원회 운영 규정을 개정해 변호사 동석권을 보장하도록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
사고 대차료, 보험사 약관에 구속 안 돼
교통사고 렌트비 지급 기준을 둘러싼 보험사와 렌터카 업계의 오랜 분쟁에도 새 기준이 마련됐다. 대법원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보험사에 손해배상액을 직접 청구할 때, 법원은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최저요금 국산차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정한 보험약관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상당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24다208865).
금융감독원이 2016년 고가 수입차 렌트비 누수를 막기 위해 표준약관을 개정한 뒤 보험사들은 국산차 최저요금만 지급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손해배상청구권 성질을 갖는 이상 약관 지급기준이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법원은 대차의 필요성과 실제 지출 비용의 상당성을 증명할 책임이 청구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소송구조 신청 중 기한 넘긴 항소인 구제
민사소송에서 국선대리인 선임이나 인지대 감면을 위해 소송구조를 신청했다가 법정 제출기한을 넘긴 당사자를 구제하는 판단도 나왔다(2025마7481). 2024년 1월 16일 개정된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는 항소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이 무조건 항소를 각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소송구조 결정을 기다리느라 40일을 넘긴 기초생활수급자 A 씨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항소인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다면 40일이 지난 뒤라도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이 기한을 늘려줄 수 있다고 보았다.
공제협회 면책 제한·가사 이행명령 한계 확립
대법원 제3부는 공인중개사가 오피스텔 임대차를 중개한 뒤 관리대행을 빙자해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에서, 공인중개사협회 공제약관상 '부동산 관리대행 업무 손해 면책' 규정은 순수한 관리업무에만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중개행위와 결합된 사기에는 협회가 공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2025다217842).
대법원 제2부는 가사소송법 제64조의 면접교섭 이행명령 절차에서 법원이 기존 확정판결 주문에 없던 '혈족 아닌 여성 동석 금지' 조건을 임의로 덧붙여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2026으552). 이행명령은 판결로 확정된 권리를 실현하는 집행 절차에 불과하므로 법원이 새로운 의무를 창설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