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을 설립한 뒤 실제 사업 활동이나 매출이 전혀 없었더라도 관할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마치는 것만으로는 법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사무실 월세 지출 등 법인 명의로 맺은 상가임대차 계약 관계와 보증금 채권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임원 개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잔여 채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무 폐업과 법인 해산·청산의 구별
창업 실무에서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폐업신고서를 내면 회사가 완전히 정리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업자 폐업은 세법상 영업활동 종료를 알리는 행위에 불과하며, 등기부상 법인격 자체는 그대로 존속한다.
법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주주총회 해산결의를 거쳐 해산 및 청산인등기, 2개월 이상의 채권자 보호절차, 잔여 재산·채무 정산, 청산종결등기를 차례로 마쳐야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안형진 변호사는 “설립 후 실제 사업을 하지 않았고 매출이 없더라도 법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사업자 폐업신고와 법인 해산·청산절차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가임대차 중도해지와 보증금 정산
매출 없이 월세만 나가던 법인이 문을 닫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법적 쟁점은 상가임대차계약의 처리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합 제한이나 금지 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아 폐업한 경우에만 임차인의 중도 해지권을 인정한다. 단순 사업 부진이나 무실적으로 인한 자진 폐업은 임차인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법적 권리가 되지 않는다.
임대인과의 합의해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남은 임대차 기간의 차임이 보증금에서 계속 공제된다. 안 변호사는 “월세로 약 400만 원이 지출됐다면 보증금 반환 여부나 미지급 임차료 등 남아 있는 재산과 채무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방치 시 과태료와 법인격 존속 문제
정식 해산·청산 절차에 드는 비용을 피하려고 세무 폐업 후 법인을 그대로 방치하는 관행도 적지 않다. 상법 제520조의2에 따라 마지막 등기 후 5년이 지나면 법원행정처장의 공고를 거쳐 해산한 것으로 보고, 다시 3년이 지나면 청산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이사·감사의 임기 만료에 따른 변경등기 해태로 상법 제635조에 따라 임원 개인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고병준 변호사는 “법인을 당장 청산하지 않고 폐업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무조건 방치하기보다는 현재 법인의 채무와 임대차계약 종료 여부 등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직권으로 청산종결 간주 처리를 하더라도 법률관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상법에 따라 회사가 청산종결된 것으로 보더라도 잔여재산이나 채권·채무가 남아 있어 정리할 필요가 있는 범위에서는 법인격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94다7607). 남아 있는 보증금 반환채권을 회수하거나 채무를 정리하려면 추후 청산인을 따로 선임해 등기부를 되살려야 하는 등 절차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