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이 사업연도 결산 과정에서 퇴직연금 미가입 직원의 퇴직급여를 종전 퇴직금제도 방식인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계산하면 외부감사에서 오류 지적을 받게 된다. 회계기준과 관련 법령상 DC형 적용 대상 근로자는 근무기간 총급여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미지급비용으로 계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 대상 법인 결산 실무에서는 전사적으로 DC형을 운영하더라도 등기임원이나 입사 1년 미만 근로자가 퇴직연금 계좌에 미가입 상태로 남아 있어 충당부채 산정 기준을 둘러싼 혼선이 빈번하게 빚어진다.

미가입 직원, 3개월 추계액 아닌 '12분의 1' 계상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제16장 및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19호에 따르면 DC 제도를 적용받는 종업원의 퇴직급여는 근로용역을 제공한 회계기간에 회사가 납부해야 할 기여금을 당기 비용과 부채로 인식하도록 정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1항 역시 사용자가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납입하도록 규정한다.

입사 1년 미만 등으로 결산일 기준 퇴직연금 계좌 가입 절차를 밟지 못했더라도 퇴직연금규약상 DC 가입 대상 근로자라면 퇴직금제도나 확정급여형(DB)의 산식인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입사일부터 결산일까지 발생한 총급여액에 12분의 1을 곱한 안분액을 산출해 재무상태표상 미지급비용(또는 미지급부담금)으로 올려야 한다.

신용훈 변호사는 "직원이 회사의 DC형 적용 대상인데 결산일까지 가입 절차만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면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인 DC 부담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DC 적용 대상이 아니고 퇴직금제도가 적용되는 직원인 경우에만 결산일 현재 퇴직을 가정한 퇴직급여추계액을 기준으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는 정관 기준 충당부채…세법 한도와 분리

반면 퇴직연금 규약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은 회계처리 원칙이 다르다. 결산일 현재 전원이 퇴직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전액을 '퇴직급여충당부채'로 재무상태표에 올려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충당부채 계상액은 세법상 손금 한도가 아니라 상법과 정관에 따라 결산일 현재 회사가 부담해야 할 부채를 기준으로 삼는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 제4항은 정관 또는 정관에서 위임한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른 금액을 인정하도록 규정한다.

신 변호사는 "대표이사 등 임원은 법인세법상 임원퇴직금 한도를 그대로 회계상 부채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관이나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회사가 실제 부담할 퇴직급여를 기준으로 회계처리하고, 세법상 손금 한도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업이 재무상태표에 반영한 충당부채 중 세법상 한도를 넘어서는 부분은 법인세 신고 과정에서 손금불산입 세무조정으로 걸러내면 된다.

대법원 "DC 사업장, 12분의 1 부담금 의무로 종결"

사법부 역시 DC형 제도가 유효하게 설정된 사업장의 퇴직급여 의무 범위를 부담금 납입으로 엄격히 한정한다. 대법원은 사업장에 DC형 퇴직연금제도가 유효하게 도입된 경우 사용자의 퇴직급여 지급 의무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1항에 정해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부담금'을 납입하는 것으로 끝나며,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 기준으로 산정한 추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2020다207444).

실무상 미가입 직원의 부담금 적립을 누락하거나 법정 기한을 넘길 경우 사법 리스크로 번질 위험도 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3항·제5항과 제44조 제2호에 따르면 사용자는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부담금을 납입해야 하며, 근로자 퇴직 시 14일 이내에 미납 부담금을 전액 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외감 결산 오류 잦아…규약 점검 필수

기업 결산 실무에서는 과거 회계연도 오류 수정 항목 가운데 퇴직급여 관련 계정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임원이나 1년 미만 근로자처럼 예외적인 대상자가 섞인 회계 계정은 감사인이 다시 계산해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는 항목이다.

재무·인사 부서는 결산 작업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사업장의 퇴직연금규약상 근로자 가입 시점 규정과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을 미리 대조하고, 미가입 직원별 산정 명세서를 명확히 구분해 준비해야 회계감사 지적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