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초국가범죄 대응에 나선 지 1년 만에 해외 도피사범 송환과 현지 범죄자 검거가 2.5배 이상 늘었다. 흩어져 있던 정보와 수사력을 모아 거점을 원점 타격하고 자금줄을 차단하자 해외발 민생침해 범죄 지표가 일제히 꺾였다.
법무부와 외교부,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10개 기관은 2026년 10월 21일 합동으로 '초국가범죄 범정부 대응 1년 성과'를 발표했다.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검거한 한국인 대상 범죄자는 834명으로, 2025년 같은 기간(340명)보다 약 2.5배 늘었다. 해외로 달아났다가 국내로 강제 송환된 피의자도 254명에서 655명으로 약 2.6배 급증했다.
거점 원점 타격과 대규모 송환
이번 성과는 2025년 캄보디아 현지에서 취업 사기 범죄조직에 연루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살해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개별 부처 단위의 사후 수사 방식으로는 해외 거점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2025년 12월 29일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를 공식 출범시켰다.
수사망이 가동되면서 2025년 11월 27일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 주범인 중국 국적 리광호가 검거됐다. 2026년 1월 23일에는 국민 869명을 속여 486억 원을 가로챈 캄보디아 스캠 조직 피의자 73명이 단체 송환됐다.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약 10년간 국내 송환이 지연됐던 필리핀 수감 마약사범 박왕열도 2026년 3월 25일 국내로 압송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7월과 10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당국과 공조해 10조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을 잇달아 송환했다.
체감 지표 급감과 법적 차단망 구축
원점 타격 수사가 이어지자 캄보디아 내 스캠 관련 납치·감금 신고는 2025년 1~9월 386건에서 2026년 같은 기간 19건으로 95.1% 줄었다. 국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333건으로 전년 동기(1만8,746건) 대비 50.2% 감소했고, 피해액 역시 4,196억 원으로 전년(9,867억 원)보다 57.5% 줄었다. 해외 유입 마약류 적발량은 1,339㎏으로 국내 반입 목적 기준 104%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 제도 정비도 뒤따랐다. 국회는 2026년 8월 범인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해 유죄 판결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범죄수익을 별도로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법률을 통과시켰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2026년 6월부터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를 도입해 범죄수익 자금을 선제 동결하고 있다.
풍선효과 차단과 속인주의 적용 주의
정부는 동남아 단속 강화로 범죄 조직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로 거점을 옮기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2026년 7월 23일 캄보디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한 스캠 조직원 14명을 현지 추적해 검거·송환했다.
정부는 "지난 1년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초국가범죄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시간이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초국가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 현지 법률상 도박이 합법인 국가라도 우리 국민이 현지에서 도박에 참여하거나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 형법상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