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국내 피해자를 노리는 초국가 범죄조직 대응 체계가 본격 가동된 지 1년 만에 동남아 지역 도피사범 송환 규모가 전년 대비 2.6배 늘었다. 피해 발생 뒤 국내 인출책을 쫓던 사후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범죄거점을 원점 타격하고 자금줄을 차단하는 다부처 공조 체계가 자리 잡은 결과다.
법무부와 외교부, 경찰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10월 23일을 앞두고 10월 21일 합동 성과를 발표했다.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동남아 지역 범죄자 검거 인원은 834명으로 전년 동기(340명) 대비 약 2.5배(14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도피사범 송환 인원 역시 254명에서 655명으로 약 2.6배(157.9%) 늘었다.
범죄 피해 지표 급감과 해외 거점 타격
해외 범죄거점을 집중 단속하면서 관련 범죄 피해 지표도 크게 줄었다. 캄보디아 현지 스캠 관련 납치·감금 피해신고는 2025년 1~9월 386건에서 2026년 같은 기간 19건으로 95.1% 급감했다.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 8,746건에서 9,333건으로 50.2% 감소했으며, 피해액 역시 9,867억 원에서 4,196억 원으로 57.5% 줄었다. 반면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되려다 적발된 마약류는 1,339kg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해 역대 1~9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2025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인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과 취업 빙자 감금 사태가 불거지자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작업에 착수했다. 2025년 10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후 10월 23일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 29일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정원, 경찰청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를 공식 출범시켰다.
대규모 송환과 임시인도 첫 적용
기관 간 공조는 대규모 강제송환과 장기 미제 사범 신병 확보로 이어졌다. 정부는 2025년 10월 캄보디아 스캠 범죄 피의자 64명을 전세기로 강제송환한 데 이어 11월에는 한-캄보디아 경찰 합동 코리아전담반을 신설해 대학생 납치·살해 주범인 중국인 리광호를 검거했다. 2026년 1월 23일에는 한국인 869명을 속여 486억 원을 가로챈 피의자 73명을 단체 송환해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세웠다.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채 국내로 마약을 유통하던 박왕열도 국내로 압송됐다. 정부는 대한민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인도조약상 '임시인도' 제도를 적용해 2026년 3월 25일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현지 복역으로 10년 가까이 송환하지 못했던 사범을 선제적으로 데려와 국내 재판과 마약 유통망 수사를 병합하는 공조 선례를 만들었다.
독립몰수제 도입 등 제도적 기반 정비
수사 실무와 법적 대응 수단도 정비됐다. 국회는 2026년 8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개정해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해 본안 기소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법 수익 자체를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했다. 앞서 4월에는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으로 불법사금융 범죄 피해액 환부 근거를 마련했고, 6월부터는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를 시행해 범죄 의심 금융거래를 즉각 차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년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초국가범죄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시간이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초국가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도 해외 거점 원점 타격과 핵심 조직원 신속 송환, 범죄수익 추적 및 동결, 피해자 구조, 국제공조 네트워크 강화를 결합해 초국가 범죄조직을 해체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