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전 동시호가 시간대처럼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없는 틈을 타 대량 주문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가격을 왜곡하는 행위가 불법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명시된다. 유동성 공백을 악용해 인위적인 시세 급변을 일으키고도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을 피하던 규제 사각지대가 해소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형연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026년 10월 21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김 의원 등 10인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금지) 제2항에 제5호를 신설했다.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시간대 또는 상황임을 이용해 대량의 매매주문을 제출함으로써 해당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를 현저히 괴리시켜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대상으로 직접 규정하는 내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제2항은 시세 관여나 허위 매매 등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열거하고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규율한다. 하지만 LP 호가 의무가 면제되는 상황을 노려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괴리를 유발하는 구체적 유형은 조문에 없어 실질적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2026년 6월 8일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장 마감 전 동시호가 시간대에 대량 매수 주문이 집중되면서 괴리율이 90.18%까지 치솟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는 7.68% 하락했으나 해당 ETF는 반대로 급등하는 기형적인 가격 왜곡이 벌어졌다.

시장 전반에서도 가격 괴리 문제는 심화하는 추세다.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ETF 괴리율 기준 초과 사례는 총 219건으로, 2025년 연간 86건 대비 약 2.5배 급증하며 종전 최대치였던 2024년 196건을 넘어섰다.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누적 괴리율 초과 사례 581건 가운데 약 38%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서 나타났다. 같은 해 5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에서는 LP 호가 차이를 뜻하는 신고스프레드 위반이 31건 발생했고, 하루 최대 121.77분 동안 호가 제출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김형연 의원은 "동시호가 시간대에 대량 주문이 몰려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크게 벗어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준 사례가 실제로 확인된 만큼, 이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명확히 규율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은 단순한 대량 주문이 아니라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대 또는 상황에서 가격을 현저히 괴리시키는 행위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ETF 시장이 커질수록 LP의 역할도 중요해지는 만큼 LP가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대의 유동성 공백을 줄일 수 있도록 거래소 규정 보완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LP 호가 공백을 노리고 시장가격을 왜곡해 개인투자자의 착오 매매와 손실을 부추기는 행위에 금융당국이 과징금 등 제재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10월 21일 국회에 접수된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와 전체회의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