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면서 직원을 대량 해고할 경우, 대체되는 업무와 기술 유형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나왔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실태를 국가 공식 통계로 파악하고 구조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 등 11인은 2026년 10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은 AI 등 첨단기술 도입으로 대량 해고가 발생할 때 사용자가 대체되거나 자동화되는 업무, 직종별 인원, 적용된 기술 유형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사용자는 이 같은 신고 내용을 근로자대표에게도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 조항도 담겼다. 윤 의원은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포함하는 대량 고용변동 신고 원인에 AI 도입을 명시하는 고용정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함께 발의했다.

종전 제도와의 차이점

현행 근로기준법 제24조 제4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할 때 해고 사유, 감원 인원,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내용 등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원 원인이 AI 도입 때문인지, 어떤 기술이 어느 직종을 대체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세부 항목은 빠져 있었다.

정부는 2026년 7월 9일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에서 한국형 AI 노출지수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이 기술 도입에 따른 해고 사실을 행정관청에 직접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아 국가 차원의 공식 실태 통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외 입법 흐름과 향후 일정

해외에서도 기술 도입으로 인한 감원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 9월 30일 제정된 법(SB 951)에 따라 대량 해고 60일 전 통지 시 감원 사유가 AI 도입 때문인지와 기술 유형을 명시하도록 했다. 코네티컷주 역시 대량 해고 신고 때 기술 변화와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운영하고 있다.

윤 의원은 "AI와 자동화 기술 확산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위기 실태를 정부 신고를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공식 통계로 투명하게 공개해 선제적인 노동 전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AI 대체 여부와 기술 내역을 행정관청과 근로자대표에게 동시에 설명해야 한다. 발의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와 입법예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