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60세 정년에 퇴직하더라도 퇴직연금은 최장 65세에 이르러서야 받도록 한 공무원연금법 부칙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재판관 의견이 4대 4로 팽팽하게 갈렸으나 위헌 결정 정족수인 6인에 미달해 합헌으로 종결됐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10월 22일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1조 제1항 제3호부터 제6호에 제기된 위헌확인 및 위헌소원 사건(2024헌마990·2026헌바197 병합)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사실관계

2018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1조 제1항은 2016년 1월 1일 당시 재직 중이던 1996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 사이 임용자를 대상으로 퇴직연도에 따라 연금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췄다. 2024~2026년 퇴직자는 62세, 2027~2029년은 63세, 2030~2032년은 64세,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는다.

1996년부터 2007년 사이 임용된 지방공무원 청구인들은 지방공무원법상 정년인 60세에 퇴직한 뒤 수년간 연금을 받지 못해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2024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1996년 임용돼 2025년 6월 정년퇴직한 A 씨 역시 연금공단으로부터 62세가 되는 2027년 3월부터 지급된다는 통보를 받자 처분취소 소송과 위헌제청 신청을 거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 판단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은 연금재정 악화에 대응한 공익이 긴급하고 중대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급개시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며 "퇴직 시점에 따라 연령을 순차적으로 올려 비례원칙에 입각한 경과조치를 마련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감액을 감수하면 정년 직후 받을 수 있는 조기퇴직연금 제도가 있어 연금 수령이 원천 봉쇄된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1995년 12월 31일 이전 임용자와의 차별 논란을 두고도 재판부는 "종전 법 질서에서 이미 20년 재직 요건을 채워 법률관계가 확정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청구인들을 달리 취급한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며 평등권 침해 주장을 배척했다.

위헌 의견

반면 김형두·정정미·정계선·마은혁 재판관 4인은 해당 조항이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들 재판관은 조기퇴직연금을 두고 "연금 개시 연령에 5년 미달하면 평생 25% 감액된 연금을 받게 된다"며 "사실상 청구인들의 연금을 최대 25% 삭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소득공백 문제를 근본적으로 짚었다. 김 재판관은 "공무원은 영리 업무나 겸직이 금지돼 정년 이후 생계를 위한 별도 소득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근로소득이 끝나는 정년과 퇴직연금 지급 개시는 서로 잇닿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 지급개시연령을 상향할 때는 정년도 함께 연장해 소득공백이 없도록 설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은 정년퇴직 후 2년에서 5년이 지나서야 퇴직연금을 주도록 한 법 조항에 헌재가 내놓은 첫 판단이다. 합헌 결정에 따라 현행 규정은 유지되지만, 재판관 절반이 국가가 유발한 소득공백의 위헌성을 인정한 만큼 정년 연장이나 소득공백 보완책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