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임직원이 입찰 비리나 뇌물수수로 기소되면 비위 발생 부서뿐 아니라 그와 밀접하게 연계된 부서의 계약사무까지 통째로 조달청에 위탁된다. 계약 체결 단계뿐 아니라 공사 감독과 사후관리 사무까지 위탁 범위에 명시되면서 공공기관의 비위 우회 통로도 막힌다.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일부개정령(재정경제부령 제54호)을 2026년 10월 14일 공포하고 당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은 임직원의 비위로 조달청에 계약사무를 강제 위탁할 때 발생하던 행정 사각지대와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체결부터 사후관리까지 위탁…연계 부서도 포함

종전 규칙에 따르면 임직원이 형법상 수뢰, 횡령, 배임,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거나 감사원·주무부처 등으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은 경우 해당 단위 부서의 계약사무를 2년간 조달청에 의무 위탁해야 했다. 그러나 기존 규정상 '계약사무'가 체결 위주로 해석돼 부실시공이나 사후 담합이 생길 수 있는 이행 단계 통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 규칙은 제7조 제1항에서 계약사무의 정의에 "계약의 체결, 이행 및 사후관리 등"이 포함됨을 명확히 규정했다. 아울러 제7조 제2항 후단을 신설해 비위 임직원이 속한 부서뿐 아니라 "그 계약사무와 밀접하게 연계된 계약사무를 수행하는 다른 단위 부서"의 계약사무도 위탁 대상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조달청 사전 협의 의무화…인력 지원 요구권 신설

절차적 요건도 강화됐다. 기관장은 위탁방안을 마련하기 전 위탁사무의 범위와 절차를 조달청장과 미리 협의해야 하며, 그 결과를 이사회 심의·의결 요청 시 함께 보고해야 한다(제7조 제3항 신설). 조달청과의 사전 조율 절차가 생기면서 기관장이 이사회에 위탁안 심의를 요청해야 하는 기한은 기소 또는 중징계 처분 요구일로부터 종전 "60일 이내"에서 "90일 이내"로 연장됐다.

전문성이 필요한 특수 공사나 용역을 넘겨받아 조달청이 직접 집행하기 곤란할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도입됐다. 조달청장은 위탁사무 범위의 조정뿐 아니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에게 "인력 지원"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 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제7조 제6항).

입찰 기업 감독 주체도 조달청으로 일원화

이번 개정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거래하는 입찰 참가 기업의 현장 실무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소속 임직원의 비위가 확인된 기관의 발주 사업은 계약 체결은 물론 설계변경, 기성검사, 준공검사 등 사후관리 전 과정에서 조달청의 직접 감독을 받는다.

재정경제부는 조달청장에게 위탁하는 계약사무의 범위와 대상을 명확히 하고 조달청의 인력 지원 요구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공공계약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