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사회생활에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얻어 왔고, 지금은 대학 재학 중인데 룸메이트 없을 때 눈물 좀 뽑으려고 한다." 2026년 10월 10일 한 포털 질문 게시판에 올라온 열아홉 살 사회초년생의 사연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방적 해고를 다룬 영화 '카트'부터 직장 내 상처를 다룬 드라마 '나의 아저씨',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까지 수많은 콘텐츠가 추천 답변으로 달렸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청년이 일터에서 입은 정신적 상처를 미디어로 홀로 삭여야 하는 현실을 드러낸 장면이다.
드라마와 영화 속 노동 부조리는 허구가 아닌 일상의 위험으로 번졌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의원실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전국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건수는 2020년 1만5,384건에서 2023년 1만8,167건, 2024년 2만1,181건, 2025년 2만3,925건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2026년 8월 기준 접수 건수만 2만1,378건에 달한다. 반면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률은 2020년 34.0%(1,642건)에서 2025년 25.9%(1,729건)로 8.1%포인트 하락했다.
실제 2025년 노동위원회가 처리한 부당해고 사건 2만176건 중 정식 판정으로 구제된 사례는 1,729건(8.6%)에 그쳤다. 당사자 간 화해(6,561건)와 취하(7,113건)로 종결된 비율이 전체의 67.8%(1만3,674건)를 차지했다. 턱없이 부족한 조사 인력 속에 온전한 권리구제 대신 화해를 권유받거나 지친 근로자가 절차를 포기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해철 의원은 "구제신청이 역대 최다 수준으로 폭증한 반면 인정률은 급락하고 조사관 1인당 사건 부담이 33.8% 급증했다"며 "억지 화해나 취하를 유도하는 구조를 막고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터 내 부조리가 남긴 마음의 병 역시 법적 문턱 앞에서 멈춰 서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1년 7,774건에서 2025년 1만6,373건으로 110.6% 폭증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우울증·적응장애 등 정신질환 산재 승인율은 2021년 70.5%(696건 중 491건)에서 2025년 55.8%(754건 중 421건)로 14.7%포인트 떨어졌다. 국회 박지혜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체적 재해 못지않은 중대한 산업재해 문제로 다루고 인정 절차와 피해자 보호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국회 김위상 의원은 "신고 8건 중 1건만 행정조치가 내려지는 등 행정력 낭비와 제도 오남용도 심각한 만큼 투트랙 개선이 시급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특히 19세 고졸 취업자나 인턴·수습 등 청년층은 노동법 지식과 협상력이 부족해 피해를 입어도 대응 시기를 놓치기 쉽다.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업무상 정신질병 산재를 신청한 4,302건 중 20·30대 청년층 신청이 1,769건으로 41.1%를 차지했다. 승인 건수 역시 전체 2,602건 중 청년층이 1,117건(42.9%)에 달했다. 2025년 7월 말 기준 정신질환 산재 환자의 평균 요양기간은 724일에 달해 신체적 재해보다 긴 치유 기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구제 기한과 판례 법리를 유념해야 한다고 짚는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해고가 발생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노동위원회에 제기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적응장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2007년 4월 12일 선고한 판결(2006두4912)을 통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