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어려워 내일부터 철수하니 다른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라.”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와 함께 새 인수자가 등장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퇴직금 체불과 실업급여 수급 문제로 혼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업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한 퇴사는 겉보기와 달리 법적 성격에 따라 구제 절차가 크게 달라지므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대목은 해당 상황이 단순 폐업인지 ‘영업양도’인지 여부다. 대법원은 경영 목적을 위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가 동일성을 유지하며 이전되는 영업양도의 경우, 원칙적으로 고용관계가 새 사업주에게 승계된다고 본다(2000두8455). 새 사업주 밑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면 근로자는 승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영업양도 사실을 안 날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하고 종전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2011다45217).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으려면 사업주에게 두 가지 행정 서류 처리를 요구해야 한다.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는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와 관할 고용센터로 넘기는 ‘이직확인서’다. 이때 상실 사유가 단순 자진퇴사가 아닌 ‘사업장 폐업’이나 ‘경영상 필요에 따른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사유로 기재돼야 수급 자격을 인정받는다. 고용보험법상 사업주는 근로자가 요청하면 10일 이내에 이직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기거나 허위로 작성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퇴직금과 밀린 월급 청산도 필수 확인 대상이다. 근로기준법 제36조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모든 금품을 청산해야 한다. 사업주가 자금난을 이유로 14일을 넘겨 지급을 미룬다면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어야 한다.
사업주에게 지급 능력이 없다면 정부의 ‘간이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노동청 조사를 거쳐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법원 소송 없이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최종 3개월분 임금(최대 700만 원)과 최종 3년분 퇴직금(최대 700만 원)을 합쳐 1인당 최대 1,000만 원까지 선지급받을 수 있다. 통상 확인서 신청 후 2~3개월 안팎이면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퇴사 국면에서 입증 자료를 미리 모아둬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 출퇴근기록부, 사업주의 구두 통보를 입증할 통화 녹취나 해고통지서 등을 확보해야 노동청 조사나 실업급여 심사 단계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