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과 법무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등 10개 관계부처가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합동 대응한 지 1년 만에 해외 도피사범 국내 송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6배로 늘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수사·외교·금융 역량을 모아 거점 타격과 피의자 송환에 속도를 내면서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실을 비롯한 10개 기관은 2026년 10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국가범죄 범정부 대응 1년 성과를 발표했다.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동남아 지역 범죄자 검거 인원은 8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0명)보다 약 2.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도피사범 송환 인원은 254명에서 655명으로 약 2.6배 늘었다.

동남아 현지 범죄조직 단속과 송환이 이어지면서 피해 지표도 뚜렷하게 개선됐다. 캄보디아 스캠 범죄 관련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종전 386건에서 19건으로 95.1% 줄었다.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8,746건에서 9,333건으로 50.2% 줄었고, 피해액은 9,867억 원에서 4,196억 원으로 57.5% 감소했다. 해외 유입 마약은 총 1,339kg이 적발됐으며 국내 반입 목적 적발 실적은 104% 증가했다.

사실관계

이번 공조 체계는 2025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대에서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과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이 잇따른 뒤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0월 11일 재외국민 보호 총력을 지시했다. 이어 같은 달 23일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12월 29일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가 공식 출범했다. 과거에는 경찰과 외교부, 관세청이 해외 범죄에 개별 대응하면서 정보 공유가 분절되고 교섭이 지연되는 한계가 있었다.

공조 가동 이후 대규모 피의자 송환과 핵심 총책 검거가 잇따랐다. 2025년 10월 18일 캄보디아 스캠 조직 피의자 64명을 전세기로 강제 송환했다. 이어 11월에는 현지에 한국·캄보디아 경찰 합동 근무체계인 코리아전담반을 설치했다. 같은 해 11월 27일에는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 주범인 중국인 리광호를 검거했다. 2026년 1월 23일에는 869명을 상대로 486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73명을 단체 송환해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년간 미해결 상태였던 핵심 사범의 송환도 이뤄졌다. 필리핀에 장기 수감 중이던 마약사범 박왕열을 정상회담 논의 후 3주 만인 2026년 3월 25일 국내로 송환했다. 연계 수사로 태국 거점 공급책 최병민까지 추가 송환했다. 2026년 7월 4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0조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을 송환했고, 7월 23일에는 캄보디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긴 스캠 조직원 14명을 현지 공조로 검거해 송환했다. 10월 14일에도 3조 원대 도박사이트 총책급 조직원을 압송했다.

판결 의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국회는 2026년 8월 범인이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별도로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6월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를 시행해 범죄수익 유출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경찰청 인터폴 전산망을 범정부적으로 공동 활용하는 3단계 이행안을 2028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대응TF를 찾아 “초국가범죄는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며 “한국인을 건드리면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동남아 현지에도 적극 알리라”고 지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년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초국가범죄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수사기관의 압박이 강화되자 범죄조직이 거점을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외교부 정은교 사무관은 “범죄 조직이 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거점을 넓히고 있고 온라인 도박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라 주의가 필요하다”며 “도박이 합법인 국가라도 우리 국민이 도박에 참여하거나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 국내법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