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휴대전화를 감시하거나 가족·친구와의 연락을 차단하는 행위, 동의 없는 위치추적 등이 법률상 스토킹에 포함된다. 물리적 폭행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경찰이 접근금지 같은 보호조치를 내리고, 반복되면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을) 등 11인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026년 10월 26일 대표발의했다.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일상적 통제를 조기에 차단해 강력범죄로 번지는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휴대전화 감시·반려동물 위협 등 9가지 유형 명시
개정안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가 규정한 스토킹행위 유형에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9가지 지배·통제 행위를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포함된 행위는 교제 관계의 형성과 유지·재개 강요, 동의 없는 상대방 위치추적,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정보 통제, 사생활 유포 협박, 가족·친구·지인과의 교류 차단, 반려동물 위협 등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피해자는 신체적 상해를 입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디지털 검열이나 관계 통제를 이유로 법적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은 법 제4조에 따른 긴급응급조치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즉시 명령할 수 있고, 검찰과 법원에 청구하는 제9조 잠정조치 인용 기준도 대폭 넓어진다. 이러한 지배·통제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제1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살인 사건 20%는 선행 폭력 이력…낮은 구속률 한계
이번 개정안은 초기 통제 행위를 방치했다가 살인 등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추진됐다. 경찰청 제출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 범죄 2,760건 가운데 19.7%인 543건에서 동일 가해자가 저지른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 선행 범죄 이력이 확인됐다. 연도별 선행 범죄 비율은 2023년 19.3%(764건 중 147건), 2024년 20.1%(769건 중 155건), 2025년 20.9%(669건 중 140건), 2026년 9월까지 18.2%(558건 중 101건)로 매년 살인 5건 중 1건꼴에 달한다.
반면 가해자를 강제 분리하는 사법 조치는 미흡했다. 2025년 기준 112 신고는 교제폭력이 10만5,327건, 스토킹이 4만4,687건 접수됐으나 검거 인원 대비 구속률은 교제폭력 2.5%(검거 1만4,526명 중 363명), 스토킹 3.1%(검거 1만6,400명 중 508명)에 머물렀다. 2026년 10월 12일 제주에서 스토킹·성폭력을 신고했던 여성이 살해됐고, 10월 24일 대전에서도 신고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 6월 3일 부산에서는 체포 뒤 풀려난 남성이 긴급응급조치 결정 17분 만에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고 염산을 살포했다. 이 남성은 10월 6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남희 의원은 "현행법이 스토킹 행위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해 피해자 보호에 늘 한발 늦을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되기 전에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제도가 작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의된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