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단일 법률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320여 개 규제특례를 담은 특별법 제정이 본격화한다. 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배제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일반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의무 지분율 완화 같은 굵직한 제도 개편이 포함돼 입법 과정에서 거센 격론이 예상된다.
정부는 2026년 10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초광역특구법 제정 및 첨단산업 메가프로젝트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민간 부위원장 3인, 관계부처 장·차관 17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는 규제 총괄 기구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2026년 2월 위원장 직급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한 바 있다.
단일 법률 역대 최대 규제특례
핵심 법안은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박상혁 의원이 10월 20일 대표발의했고,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최기상 의원이 10월 21일 연이어 발의했다. 총 8장 264개 조문으로 구성된 박상혁 의원안은 제4장 제18조부터 제174조까지 150여 개 조문에 걸쳐 320여 개 규제특례와 40여 개 재정·세제 지원을 규정했다. 법률에 정해지지 않은 규제라도 기업이 요청하면 효력을 일시 중지하는 수요응답형 규제유예도 함께 도입된다.
특구 내 노동 규제는 대폭 완화된다. 법안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기존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리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단위를 최대 6개월로 확대하도록 했다. 소득 상위 3% 이내 연구개발(R&D) 및 전문직 종사자는 법정 근로시간 상한 규정과 연장·야간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명시됐다. 외국인투자기업의 파견 허용 업종과 기간도 늘어난다.
기업 결합과 산업 시설 규제도 손질 대상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특구 내 국내 증손회사 합작법인을 설립할 때 요구받던 100% 주식 의무 보유 비율을 낮춘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구축에는 인허가와 설계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조성 기간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도입하고 무인 설비 특성을 고려해 부설주차장 설치 규제를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 로봇 분야는 용적률 산정 때 충전 설비 면적을 제외하고 2027년 1분기까지 이동식 로봇의 안전울타리 면제 기준을 세운다.
노사 입장차…사회적 대화 쟁점
경영계는 신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월 23일 입장문을 내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시점에 정부가 발표한 초광역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10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 허용과 비정규직 확대를 유발하는 악법이라며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10월 21일 성명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멈췄던 지주회사 규제 완화와 영리병원 허용 근거를 지역균형발전 명분으로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소원수리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의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 환경 등 지향해야 할 가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직 근로시간 예외 논의를 두고는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구 지정은 지자체와 기업이 계획을 내면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 승인 뒤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정한다.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 의견을 수렴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첫 권역별 초광역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