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물 적발과 형사 처벌 사이의 제도적 단절을 해소하고 창작자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행정기관의 단순 탐지 실적에 머물던 저작권 침해 구제 절차를 실효적인 형사 사법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정문 의원 등 12인은 제22대 국회 의원발의 법률안으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식별번호 PRC_58F94BFB07E84DE4B2EE9D18DAFDB8)을 접수했다. 해당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다.

이번 입법 추진은 불법저작물 유통이 폭증하는 반면 실제 형사 제재로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낮다는 점검 결과가 발단이 됐다. 이정문 의원실이 한국저작권보호원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불법저작물 신고는 2023년 9,183건, 2024년 9,571건에서 2025년 2만 6,255건으로 급증했다. 이어 2026년 8월까지 1만 592건이 추가 접수됐다. 특히 만화 불법 복제 신고는 2025년 3,310건에서 2026년 8월 기준 6,265건으로 전년 전체 대비 1.9배 증가했고 웹툰은 166건에서 409건으로 2.5배 늘어났다.

신고 접수가 급증했음에도 형사 사법 연계는 사실상 멈춰 서 있었다. 2023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접수된 불법저작물 침해 신고 총 5만 5,601건 가운데 보호원이 정식으로 수사의뢰를 진행한 사건은 6건으로 수사의뢰율이 약 0.01%에 불과했다. 일반 국민이 제기한 민원 신고가 수사의뢰로 이어진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현행 저작권법 제133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시·도지사의 불법 복제물 수거·폐기·삭제 등 행정조치 권한을 규정한다. 제136조는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하지만 실무에서는 행정 조치와 형사 절차가 겉돌았다.

이 의원은 "신고 건수가 늘고 탐지 실적 자체가 저작권 보호의 성과가 되어서는 안 되며, 불법저작물 발견 이후 실제 수사와 처벌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저작권 침해 대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앞서 이 의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징수한 1조 115억 원 중 편곡자에게 분배한 금액이 5억 9,000만 원(0.06%)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공 창작공모전의 49%가 저작권 귀속 지침을 어긴 실태도 연이어 짚으며 신탁관리제도와 창작자 권리 전반의 법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안은 국회의장의 상임위원회 회부 결정을 거쳐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공식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국회 입법예고로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 축조 심사와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법안이 상임위에 정식 회부되면 조문 전문과 신구조문대비표가 전산에 공개돼 구체적인 법적 쟁점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