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도 다짜고짜 변제를 요구하고, 부모나 지인의 연락처를 대며 빚 독촉을 예고하는 불법 채권추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상대방이 메신저 대화방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더라도 대화 내역과 계정 정보를 즉시 확보해 형사 고소에 나서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빌린 적 없는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불법이다. 금전소비대차 계약의 입증 책임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채권자에게 있다. 차용증이나 계좌 거래 내역 같은 증거가 없다면 채무자는 변제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두려움에 못 이겨 소액이라도 입금하면 추가 갈취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일절 송금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해 빚이 있는 것처럼 알리거나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무거운 형사 처벌 대상이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 제8조의3은 채무자의 소재 파악을 제외하고는 관계인을 방문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채무 사실이나 신용에 관한 사항을 알리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해악을 고지하거나 폭언을 일삼는다면 형법상 협박죄(제283조)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공갈죄(제350조)가 성립한다. 대법원은 1996년 9월 24일 선고한 판결(96도2151)에서 정당한 채권이 있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협박을 수단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메신저나 문자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 전송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도 처벌된다.

피해를 당했다면 상대방의 전화번호, 소셜미디어 계정 주소, 대화 내역, 송금 요구 계좌번호를 캡처 파일로 저장해 즉시 112나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에 접수해야 한다. 부모나 지인에게 사정을 미리 알리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에는 응대하지 않되, 통화가 연결되면 녹음 파일을 남겨 두도록 안내하는 조치도 필수다.

민사 사법 절차를 악용한 기습 청구도 주의해야 한다. 불법 추심업자가 법원에 허위 지급명령을 신청할 경우, 당사자가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14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일반 민사소장을 받았다면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 청구 사실을 다퉈야 통장 압류 같은 강제집행을 차단할 수 있다.

불법추심 피해를 겪거나 우려가 있는 가족과 지인은 정부의 무료 법률구조를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채무당사자뿐 아니라 관계인도 1명 기준 최대 5명까지 채무자대리인을 무료로 지원한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신청해 대리인을 선임하면 상대방의 직접 연락을 차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