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떼인 뒤 사기죄 고소를 준비하는 피해자들은 종종 원금 이상의 피해를 호소한다. 빌려줄 돈을 마련하느라 발생한 대출이자와 카드 연체료는 물론, 형사고소를 위해 지출한 변호사 선임비용까지 가해자에게 모두 받아낼 수 있는지가 실무상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다.

가해자가 과거 동종 범죄로 실형을 살고 나온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누범기간이라면 피해자는 형사합의 과정에서 상당한 협상력을 갖게 된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누범기간 중 범한 죄에 대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형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여야 하는 피의자로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절실해 원금을 웃도는 합의금을 수용할 유인이 커진다.

하지만 합의 테이블에서 부르는 금액과 법원이 실제 판결로 인정하는 손해배상액 사이에는 작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민법 제393조와 제763조에 따르면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통상손해는 가해자가 편취한 원금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피해자가 대출을 받거나 카드를 동원해 발생한 연체료나 이자 등은 특별손해로 분류된다.

특별손해를 배상받으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대출 상황을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피해자 측이 직접 증명해야 한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빌려달라"는 취지의 대화 녹취나 문자메시지, 송금 내역과 대출거래원장 같은 객관적 물증이 없으면 재판에서 부수적 금융 피해를 배상액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신용점수 하락이나 장래 업무상 불이익 역시 구체적인 금전 손실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배척되기 쉽다.

형사고소를 위해 지출한 변호사 선임료 660만 원 역시 가해자에게 청구하기 까다로운 영역이다. 대법원은 변호사 강제주의를 택하지 않는 국내 법체계상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자체와 고소대리 변호사 비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78다672, 2010다81315).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고소인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2015나25937). 범행의 계획성이나 피해 규모에 비추어 변호사 선임 필요성이 예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판결로 전액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합의서 작성 시 문구 하나하나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환 법무법인 지헌 변호사는 형사합의서 작성을 두고 "원금, 추가 합의금, 변호사비의 성격과 지급기한, 일부 지급 시 충당 순서를 명시해야 한다"며 "합의 전에는 처벌불원 의사와 민사상 추가 청구 포기 문구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의금이 완전히 입금되기 전에 섣불리 처벌불원서를 써주거나 민사상 청구권을 포기하면 미회수 손해를 보전받을 길이 영영 막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