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보행자 교통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는 전통시장 주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고가 잦은 전통시장 일대를 노인보호구역으로 묶어 제한속도를 낮추고 시설 개선을 추진한다.

경찰청이 최근 3년간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641개소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77.5%에 이르는 497개소가 전통시장 반경 400m 이내에 몰려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고령 보행자의 동선과 통행 차량이 뒤섞이면서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 보행 사고의 심각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체 보행 사망자 가운데 고령자 비율은 2023년 886명 중 550명(62.1%), 2024년 920명 중 616명(67.0%), 2025년 926명 중 619명(66.8%)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보행 사망자 3명 중 2명이 노인인 셈이다. 같은 기간 고령 보행자 사고 건수 역시 1만921건에서 1만1,498건으로 늘었다.

경찰청은 2026년 7월부터 사고에 취약한 전통시장 29개소를 선정해 노인보호구역 지정 확대와 교통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주관 대상지는 인천 간석자유시장, 경기 광탄시장, 강원 동송시장, 전남 고인돌전통시장, 경북 풍물시장, 경남 새서부시장, 제주 서귀포매일올레·보성시장 등 7곳이며, 시·도경찰청 관할 22개소에서도 함께 진행한다.

도로교통법 제12조의2와 관련 규칙에 따르면 시장 등은 노인이 자주 왕래하는 장소의 주 출입문 반경 300m 이내 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 운행속도가 시속 30km 이내로 제한되고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다. 보행신호등 녹색 신호 시간도 노인의 평균 보행속도에 맞춰 길어진다.

보호구역 확대는 운전자에게도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묻는다. 노인보호구역 안에서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등 도로교통법규를 어기면 과태료와 범칙금이 가중 부과된다.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나 노인을 상대로 인사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청은 시설 개선과 병행해 2026년 9월부터 취약지 10개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였다. 10월 20일에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와 용인중앙시장 일원에서 행정안전부, 한국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어르신 100여 명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반사 소재 카트형 장바구니를 전달했다.

고평기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어르신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어르신 스스로 교통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업해 교통안전 교육과 현장 중심의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안심하고 보행할 수 있는 교통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10월 28일 전북 군산 역전종합시장 일원 행사를 끝으로 10개 지역 순회 홍보를 마무리했다. 선정된 취약 전통시장 29개소의 노인보호구역 지정 고시와 신호기·안전표지 설치 등 시설 보강 공사는 순차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