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에 적은 여러 혐의 가운데 입증이 까다로운 죄명을 경찰이 임의로 뺀 채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소인들의 반발도 커지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신문고 등 행정 민원에 머물기보다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정식 이의신청을 거쳐 검찰의 보완수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부산사상경찰서에 피고소인을 업무상횡령, 사기, 절도 등 세 가지 혐의로 고소한 A 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마주했다. 담당 수사관이 사기 혐의만 다루고 업무상횡령과 절도 혐의는 수사 대상에서 빠뜨린 채 불송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A 씨가 수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원을 넣었으나 수사기관은 법령 조항을 들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일선 경찰의 이 같은 '선별적 수사' 관행은 2021년 1월 1일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생기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은 경찰 선에서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경찰이 모든 고소 사건을 기소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최종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 뒤 입증이 까다로운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배제하거나, 주된 죄명 위주로 수사 범위를 좁혀 결론을 내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국가기관들 "고소사실 누락은 알권리 침해"
국가기관들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임의로 쪼개거나 혐의 판단을 누락하는 행위가 위법·부당하다고 지적해 왔다.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옴부즈만은 2022년 4월 18일, 경찰관이 고소인 통지 없이 피고소인을 임의로 분리 수사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을 두고 사건관계인의 알권리와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부적절한 조치라며 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최정묵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사건관계인에게 수사 진행상황을 제대로 알리는 것은 알권리와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수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일선 경찰관들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2년 7월 6일 발표한 결정에서 불송치 결정서 통지 시 피의자 불송치 이유를 지나치게 간략히 적거나 혐의 판단 내용을 빠뜨리는 행위는 헌법상 고소인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선 경찰서장에게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이 접수된 고소사실 전부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태도다. 주문이나 이유에서 고소사실에 관한 판단을 적지 않고 빠뜨리는 것은 판단누락의 위법에 해당한다고 본다.
경찰 "법적 경합 판단" vs 전문가 "정식 이의신청해야"
일선 경찰은 고소장에 여러 죄명이 적혀 있더라도 실체법상 흡수관계나 불가벌적 사후행위 등 죄수 관계에 따라 주된 범죄를 중심으로 수사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률 적용과 죄명 포섭은 수사기관의 고유 권한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유 없는 혐의 누락은 정식 불복 절차를 거쳐야 바로잡을 수 있다. 송명호 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답변에서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 유무와 죄명 간 경합 관계에 따라 수사 범위를 조정할 수 있으나, 고소한 죄명 중 일부가 명백한 이유 없이 누락되었다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며 "국민신문고 민원만으로는 강제력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정식 이의신청 절차를 밟아야 검찰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불송치 통지 받으면 이의신청서 제출…시도청 심의 병행 가능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에 따라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한 날부터 지체 없이 고소인에게 불송치 취지와 구체적 이유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 통지를 받은 고소인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해당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서를 낼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지체 없이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한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사기·강제집행면탈·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이 일괄 불송치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고소인 측은 불송치 이유서의 '죄명별 판단 누락'을 지적하며 이의신청을 냈고, 검찰의 전건 보완수사 요구를 이끌어냈다. 폭행과 모욕으로 고소했으나 모욕 혐의 수사가 누락된 사건에서도 고소인이 수사미진과 누락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내 검찰의 보완수사명령을 받아냈다.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대응하려면 먼저 정보공개 청구로 불송치 결정서를 확보해 어떤 혐의가 왜 빠졌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후 단순한 사실오인 주장뿐 아니라 경찰의 '판단누락'을 법리적으로 짚어 혐의별 증거를 갖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경찰 수사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통지를 받은 날부터 관할 시·도경찰청 수사심의계에 수사 심의를 신청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