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채무보증 규모가 1년 만에 4배 넘게 불어났다. 신규 편입된 대기업집단의 기존 보증이 합산된 데다, 수출입 물류 기지 확충을 위한 적법 보증이 늘어난 영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파생상품을 활용한 우회 보증 실태를 점검하고,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중 법 위반이 의심되는 안건을 정밀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2026년 10월 29일 4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채무보증 및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을 공개했다. 5월 1일 기준 대기업집단 채무보증 총액은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470억 원에서 1,530억 원(325.5%) 급증한 수치다. 채무보증을 보유한 집단 수도 지난해 2곳(2건)에서 4곳(4건)으로 늘었다.
신규 편입 600억 원에 물류 보증 960억 원 가세
보증 금액이 급증한 주된 이유는 기업집단 신규 지정과 예외적 허용 보증 발생이다. 법상 2년 내 해소 의무가 따르는 ‘제한대상 채무보증’은 지난해 잔존 금액이 0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다우키움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기존 보유분 600억 원이 새로 반영됐다. 다우키움은 공정거래법 제24조에 따라 지정일부터 2년의 법정 유예기간 안에 해당 보증을 전액 해소해야 한다.
해소 의무가 없는 ‘제한제외대상 채무보증’ 역시 전년(470억 원)보다 197.9% 증가한 1,4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기존 채무가 30억 원 변제됐으나, 엘엑스(LX) 계열사 ㈜엘엑스판토스가 물류 인프라 조성을 위해 ㈜엘엑스판토스신항에코물류센터에 960억 원 규모 보증을 새로 섰기 때문이다. 제한제외대상 보증 사유는 수출입 제작 금융 관련이 90%(1,26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사업 관련이 10%(140억 원)로 집계됐다.
TRS 1조567억 유지…금융사 의결권 혐의 검토
총수익스와프(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우회 보증 감시망도 촘촘해졌다. 공정위는 2026년 4월 24일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를 시행하고 계열사 간 거래를 점검했다. 7월 31일 기준 TRS 거래 규모는 에스케이(SK), 현대자동차, DL 등 3개 집단 9건, 총 1조 567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신규 계약 체결 없이 기존 계약 연장만 이뤄졌으며 기초자산은 모두 주식으로 확인됐다. 신용부도스와프(CDS)와 신용연계채권(CLN) 거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집계 기준 변경으로 외형상 늘었다. 2024년 5월 14일부터 2026년 4월 30일까지 6개 집단 소속 14개 금융·보험사가 20개 비금융 계열사 주총에서 총 399회 의결권을 행사했다. 상법 개정 취지에 맞춰 세부 안건별 분리 집계 방식을 도입하면서 법상 허용된 예외적 의결권 행사 건수가 종전 161건에서 312건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예외 허용이나 자본시장법상 적용 제외(31건) 외에 법 위반 소지가 의심되는 안건을 추가 검토 중이다.
1998년 도입 후 시장 정착…위반 시 엄정 제재
공정위는 채무보증 금액이 일시 증가했으나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장기 감소세를 유지해 시장 준칙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부실 연쇄를 낳았던 상호보증 관행이 원천 차단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채무보증 현황과 의결권 행사 실태를 주기적으로 공개해 시장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법 위반 의심 건은 면밀히 검토해 엄정 제재하고 우회적 탈법행위도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