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 현장에서 숫자 '0'을 하나 더 써넣어 거액의 입찰보증금을 날리던 사고를 막기 위해 법원 서식이 전면 개편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0월 30일 '기일입찰표' 양식을 전면 개선해 2026년 11월 2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입찰가격을 잘못 적어 의도한 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등 재산상 불이익을 입는 사고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상하 배치로 공간 확대…경고 문구·사례 신설
새로 바뀌는 기일입찰표는 기존에 좌우로 나란히 있던 '입찰가격'란과 '보증금액'란을 위아래로 분리 배치했다. 숫자를 적는 칸도 대폭 넓혀 입찰자가 자릿수를 한눈에 대조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입찰가격 작성란 바로 아래에는 "입찰가격에 0을 한 번 더 기재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명확한 경고 문구를 신설했다. 정상적으로 기재한 사례와 함께 숫자 0을 잘못 덧붙인 오기재 사례를 나란히 예시로 실었다. 복잡했던 주의사항 문구도 실수 예방 중심으로 간소화해 정비했다.
단순 착오는 구제 불가…보증금 몰수 악순환 차단
이번 서식 개정은 수기 작성 과정의 단순 실수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보증금을 잃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감정가 18억 원대 아파트를 응찰하면서 숫자 0을 더 붙여 172억 원에 낙찰받거나, 2020년 9억 원대 토지가 자릿수 착오로 90억 원에 낙찰된 사고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행 법리와 판례상 이런 단순 오기재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입찰자가 착오로 의도한 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적었더라도 민사집행법 제121조가 규정한 법정 매각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2009마2252 결정 등).
결국 낙찰자는 잔금을 치르지 못해 매수 자격을 포기하고, 민사집행법 제138조 제4항에 따라 최저매각가격의 10%로 납부한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터무니없이 치솟은 최고가 탓에 민사집행법 제114조 제2항에 따른 후순위 응찰자의 차순위매수신고권이 차단되고, 재매각 절차를 거치며 채권자와 법원 경매 절차 전반에도 연쇄 피해를 낳았다.
전국 집행법원 일괄 적용
새 기일입찰표 서식은 11월 2일부터 전국 집행법원 경매법정에 일괄 적용된다. 자릿수 착오를 미리 막아 불필요한 매각허가 이의신청이나 즉시항고 같은 집행 분쟁 사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앞으로도 입찰자를 비롯한 경매절차 참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이 보다 안심하고 법원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실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