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에 들어간 부부가 법정에서 사소한 과거사까지 들춰내며 서로에게 파탄 책임을 떠넘기는 다툼을 벌이는 일이 잦다. 상대방을 유책배우자로 몰아세워야 재산을 지키고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통념 탓이지만, 실제 법원 판단 기준은 일반의 인식과 사뭇 다르다.
귀책사유와 분리되는 재산분할
민법 제840조가 규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를 다툴 때 배우자의 외도나 폭행 등 귀책사유는 손해배상인 위자료 청구(민법 제806조·제843조)의 핵심 요건이다. 그러나 혼인 기간 모은 재산을 청산하는 재산분할(민법 제839조의2)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법원은 1993년 5월 11일 자 93스6 결정에서 혼인 파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위자료 판단 대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공동재산을 나누는 제도이므로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재산분할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불륜을 저지르거나 가정을 파탄 낸 배우자라도 재산 형성에 기여한 몫은 법적으로 온전히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양육권 판가름은 유책성 아닌 자녀 복리
자녀의 친권과 양육자 지정(민법 제837조) 역시 혼인 파탄 책임과 엄격히 분리된다. 상대방의 유책성을 입증하면 무조건 자녀를 데려올 수 있다고 믿는 당사자가 많지만 법원의 판단 잣대는 다르다.
대법원은 2010년 5월 13일 선고 2009므1458 판결에서 양육자 지정은 부모 중 어느 쪽에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가가 아니라 자녀의 연령, 부모의 양육 태도와 경제적 능력, 자녀와의 친밀도 등 '자녀의 원만한 성장과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혼인 생활에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자녀와의 유대감이 깊고 주된 양육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면 양육자로 지정될 수 있다.
유책주의 구조와 실무상 위자료 현실
당사자들이 치열한 책임 공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유책주의 소송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대법원은 2015년 9월 15일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책주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이혼을 성립시키거나 기각시키기 위해 민법 제840조 각호의 유책 사유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법정 비난전을 낳는 셈이다.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2022년 접수된 재판상 이혼 사유 중 성격 차이가 4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경제적 문제 10.1%, 배우자의 부정행위 10.0% 순이었다. 부부 갈등의 대다수가 단독 유책보다는 복합적 성격 차이에서 비롯되는데도 제도적 한계 탓에 법정 공방이 거칠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도한 폭로는 오히려 역효과
공방 끝에 인정받는 위자료 액수도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서울가정법원 실무제요에 따르면 법원에서 인정하는 이혼 위자료는 통상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이며 극단적인 부정행위가 입증돼도 5,000만 원 안팎에 그친다. 수천만 원의 위자료를 받으려고 수년에 걸쳐 사생활을 폭로하는 소송을 치르는 형국이다.
오히려 법정에서 상대방을 향해 쏟아내는 인신공격이나 무분별한 허위 폭로는 가사조사관 조사나 재판부 심증 형성에서 부모로서의 자질을 평가할 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송 비용과 감정 소모를 줄이려면 파탄 책임 다툼에 매몰되기보다 재산 형성 기여도 입증과 자녀 양육 환경 정비에 집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