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우자와 원만히 합의해 국내 가정법원에서 이혼 절차를 마쳤더라도, 상대국 호적 정리와 비자 문제를 함께 매듭짓지 않으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국내 이혼 신고와 별개로 외국 관공서에 이혼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상대국 법률상 여전히 혼인 상태로 남아 중혼 금지 등 법적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24년 11월 7일 발표한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를 보면, 2023년 국내 전체 이혼은 9만 2,394건으로 전년보다 0.9% 줄었다. 반면 다문화 이혼은 8,158건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전체 이혼 가운데 다문화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한다. 다문화 이혼 중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 유형이 48.5%를 차지했으며, 아내 국적은 중국(33.9%), 베트남(27.6%), 태국(9.9%) 순으로 집계됐다.

국제사법 제66조는 부부 중 한쪽이 대한민국에 일상거소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이혼에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부부가 국내에 머물며 합의이혼을 진행할 때는 관할 가정법원에 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내고 안내를 받아야 한다. 이후 숙려기간을 거쳐 판사의 확인을 받는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의 숙려기간이 지나 확인서등본을 교부받고 3개월 이내에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법적 효력이 생긴다.

국내 행정관청 신고만으로 양국의 법적 관계가 모두 정리되지는 않는다. 태국 등 상대국 호적에 이혼 사실을 올리려면 국내 법원의 확인서나 판결문 원본을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공증해야 한다. 이어 대한민국 외교부(재외동포청)의 영사확인과 주한 외국대사관의 인증을 받아 현지 관공서에 제출해야 절차가 끝난다. 서류가 누락되거나 인증이 늦어지면 현지에서 이혼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태국은 2026년 6월 30일 아포스티유 협약에 가입했으나 공식 발효 예정일은 2027년 2월 28일이다. 그전까지는 대사관 인증을 거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외국인 배우자의 국내 체류자격(F-6 비자) 유지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민과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F-6-1 자격은 혼인이 끝나면 연장할 수 없다. 다만 국민과의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를 국내에서 양육하는 부모(F-6-2)이거나, 국민 배우자의 주된 귀책사유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배우자(F-6-3)는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19년 7월 4일 선고한 판결(2018두41877)에서 외국인 배우자에게 전적인 무과실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다면 F-6 체류자격 연장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합의이혼 과정에서 비자 연장 요건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거나 귀책사유 입증 서류를 갖추지 못하면 외국인 배우자는 체류기간 만료 후 출국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윤수영 변호사는 "외국인 배우자가 입국해 협의이혼을 진행하더라도 비자·체류 자격과 자녀 양육권 문제는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며 "외국문서의 효력 인정과 현지 신고 절차에 행정 지연이 생기지 않도록 번역·공증·영사확인을 철저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변호사(법무법인 강현)도 "서류 누락이나 공증 지연으로 이혼 등기가 늦어지면 재산분할과 위자료 협의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가사소송 절차와 상대국 인증 절차를 병행해 필요한 서류 목록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