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업체나 결혼중개 플랫폼의 부당 운영에 맞서 환불과 계약 해지를 입증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메신저 대화 캡처본 활용을 둘러싼 법적 시비도 이어진다. 대화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메신저 내용을 건네받은 뒤 개인정보를 가려 공식 구제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는 법 위반이 아니다.
최근 한 소개팅 업체가 상대방 수락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프로필을 발송해 만남 횟수를 차감했다는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인은 대화 캡처본 제출의 위법성을 질의했다. 상대방 여성이 매니저와 나눈 메신저 대화 캡처본을 피해 입증 증거로 건네받아 비식별 처리한 뒤 분쟁조정기관에 내는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반면 대화 당사자가 자신이 참여한 대화 내역을 스스로 캡처해 상대방에게 공유하는 행위는 타인 간 대화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화방 로그인 상태를 몰래 훔쳐보거나 정당한 권한 없이 전송하지 않았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의 비밀 침해에도 걸리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몰래 PC 메신저를 열람·복사한 사건(2017도15226)에서만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규제도 피할 수 있다. 메신저 화면에서 매니저의 이름, 프로필 사진, 휴대전화번호 등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요소를 완전히 가려 비식별 조치하면 법률상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식 분쟁조정기관에 피해 입증 목적으로만 제출하는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법률사무소 나인의 신승호 변호사는 "대화 당사자인 상대방이 매니저와의 대화 내용을 스스로 캡처해 공유하는 것은 타인 간의 대화 침해가 아니며, 매니저의 실명과 연락처 등 식별정보를 가리고 피해구제 기관에만 증거로 제출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거 수집이 정당하더라도 활용 방식에 따라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당 캡처본을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론화하면 형법 제307조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나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 신 변호사는 "어설프게 자료를 온라인에 공론화하거나 배포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역고소를 당해 형사 피의자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적법한 증거 가공 및 제출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내 결혼중개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 378건, 2024년 409건, 2025년 449건으로 3년간 1,236건에 달한다. 계약해제·해지 및 위약금 관련 분쟁이 693건(56.1%), 조건과 다른 만남 등 계약불이행이 485건(39.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당한 계약 내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개인식별정보를 철저히 지운 뒤 공식 피해구제 절차를 밟는 편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