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에서 판매자의 요구로 대금을 안전결제와 계좌이체로 나눠 보냈다가 사기를 당했다면 결제 방식에 따라 피해 구제 경로가 완전히 갈린다. 결제대행사가 대금을 보관하는 안전결제분은 판매자 정산 전에 서두르면 환불받을 수 있지만, 개인 계좌로 보낸 돈은 은행에 즉각적인 지급정지를 요청하기 어렵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법률 자문에서 "안전결제는 구매자가 구매확정을 하기 전까지 대금을 결제대행사가 보관하는 구조라 아직 구매확정 전이라면 거래 취소와 환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계좌이체로 보낸 돈은 물건 거래를 가장한 사기여서 보이스피싱처럼 피해금 환급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은행이 바로 돌려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전결제는 정산 전 거래 취소, 이체 대금은 지급정지 제외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른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 안전결제는 구매자가 물품을 정상 수령해 구매확정을 누르기 전까지 결제대행기관이 돈을 쥐고 있다. 사기 피해를 인지한 즉시 플랫폼 고객센터에 거래 번호, 판매자와 나눈 대화 내역, 미배송 사정을 전달하고 정산 보류와 거래 취소를 요구해야 대금 정산을 막을 수 있다. 자동 구매확정 기한이 지나 판매자 계좌로 돈이 넘어가면 플랫폼에서 직접 회수하기는 불가능해진다.
반면 개인 계좌로 직접 송금한 대금은 금융기관에서 신속히 동결하기가 법적으로 차단돼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단서는 재화의 공급이나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를 법 적용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달리 중고거래 물품 사기는 은행에 요청하더라도 사기 이용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하지 못한다.
서강훈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2팀장은 "물품 사기의 경우 재화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구제 절차가 아닌 수사기관에 구제 요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별님 변호사도 "가짜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속이더라도 개인 간 중고 물품 사기는 현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보지 않아 즉각적인 계좌 지급정지나 피해자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고소 거쳐 배상명령 신청해야 강제집행 권원 확보
계좌이체 피해금을 회수하려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이나 관할 경찰서에 형법 제347조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내야 한다. 판매자가 특정돼 검찰에 송치되고 형사재판에 넘겨진 뒤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제1심 또는 제2심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유죄 판결과 함께 배상명령을 선고해 확정되면 이는 민사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녀 가해자 재산에 곧바로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합의가 무산되거나 가해자가 변제를 거부할 때는 형사 판결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판결문을 받아야 한다. 송명호 변호사는 "상대가 끝까지 갚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해야 하므로 송금 내역과 판매 게시글을 반드시 보관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5년간 사기 피해 1조7,000억…분할 송금 요구는 거절해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접수된 직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46만1,759건에 달한다. 연간 피해액은 2021년 2,573억9,000만 원에서 2025년 8,740억7,000만 원으로 급증해 5년 누적 피해액이 1조7,158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피해자의 81.2%는 중고거래 이용이 잦은 10~30대에 집중됐다.
국회 이양수 의원은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소비자를 보호할 안전망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플랫폼이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안전결제 시스템 강화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기범들은 안전결제 수수료를 아끼자거나 거래 한도를 핑계로 대금 분할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을 흔히 쓴다. 구매자는 외부 계좌로 분할 송금해 달라는 요구를 일절 거절하고, 공식 안전결제망을 이용하더라도 실물을 확인하기 전에는 구매확정 버튼을 누르지 말아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