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 배우자의 건강보험료 미납액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대신 내라는 독촉장을 받고 당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혼인 시절 임신이나 실직으로 잠시 지역가입자 세대에 등재됐을 뿐인데, 수년 뒤 전 배우자가 세무조사를 받아 소급 부과된 거액의 보험료가 고스란히 청구되는 구조 탓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행법에 따라 정당하게 고지서를 발송했다는 입장이다. 개인 소득에 맞춰 개별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세대 단위로 합산 부과하기 때문에 과거 세대원이었던 사람에게도 전액을 징수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된다.
세대 단위 부과와 연대납부 의무
국민건강보험법 제77조 제2항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해당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지역가입자 전원이 연대하여 납부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제76조 제3항 역시 세대원 전원의 연대 부담을 명시한다. 소득이나 재산이 실제 누구에게 발생했는지와 상관없이 주민등록표상 동일 세대에 등재돼 있었다면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
국세청 세무조사로 전 배우자의 탈루 소득이 적발되면 건강보험공단은 법 제96조에 따라 과세자료를 넘겨받아 과거 세대의 보험료를 재산정해 소급 추징한다. 이혼과 세대분리는 장래를 향해 효력이 생긴다. 과거 혼인 중 지역가입자 자격이 유지된 기간의 연대납부 채무는 이혼 후에도 자동으로 소멸하지 않는다.
법원과 헌재도 연대책임 인정
사법부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행정법원은 협의이혼 뒤 1년 동안 세대분리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원고에게 전 남편의 체납 보험료 독촉장을 발부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실제 따로 살았더라도 주민등록상 세대 분리를 마치기 전까지 발생한 지역건강보험료 연대납부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68조 제2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2007헌바114)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세대 공동체의 특성과 보험재정 확보 필요성을 고려할 때 세대원 전원에게 연대납부 책임을 지우는 입법형성의 재량을 인정했다. 2017년 법 개정으로 미성년자의 연대납부 의무는 대부분 면제됐으나 성인 세대원의 전액 연대책임은 그대로 유지된다.
처분 안 날부터 90일 내 이의신청해야
1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고지서를 받았다면 즉시 대응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87조에 따른 이의신청은 독촉장을 송달받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문서로 제기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법적으로 다툴 기회를 잃는다.
관할 지사에서 월별 산출내역서를 서면으로 받아 부과 기간이 실제 혼인 및 세대 유지 기간과 일치하는지, 직장가입자로 전환된 이후 기간까지 잘못 청구된 것은 없는지 대조해야 한다.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와 혼인관계증명서, 주민등록초본을 준비해 실제 동거 및 세대 분리 시점을 명확히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다.
압류 막으려면 징수유예 요청 병행
이의신청을 제기하더라도 독촉 절차가 자동으로 중단되지는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법 제81조에 따르면 독촉 후 미납 시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예금 통장이나 부동산 압류가 진행될 수 있다. 공단 지사에 생계유지 곤란 사유를 소명하며 징수유예나 체납처분 유예를 서면으로 신청해야 강제집행을 피할 수 있다.
공단 이의신청위원회에서 기각될 경우 결정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금액이 크고 홀로 대응하기 어렵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 등에서 무료 법률 지원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1조에 규정된 3년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연대책임 범위를 면밀히 따져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