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 피해금을 보낸 계좌 명의자가 초등학생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피해자는 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형사책임 면제와 민사상 피해 변상 책임은 법적으로 별개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고거래 사기 일당이 용돈을 미끼로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의 비대면 계좌를 빌려 대포통장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계좌 명의자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되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피해 회복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형사 책임 면제돼도 민사 배상 의무 남아
형법 제9조는 만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초등학생은 통상 만 12세 이하에 해당해 범죄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고 형벌 부과 대상에서도 원천 제외된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면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으나,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도록 강제하는 집행력은 없다.
민사상 책임은 구조가 다르다.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자신의 행위 책임을 식별할 지능이 없는 책임무능력자라면 민법 제755조에 따라 법정감독의무자인 부모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설령 학생에게 일정한 책임능력이 인정되더라도, 부모가 감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부모가 연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88다카26484)가 확립돼 있다.
사기 예견 가능성 입증이 실질적 쟁점
실무상 쟁점은 계좌를 빌려줄 당시 범죄 악용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2024년 9월 선고한 판결(2024다238316)에서 계좌 명의인이 양도 당시 불법행위에 이용될 것임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면 사기 범행을 두고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계좌번호를 알려준 수준을 넘어, 일정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고 계좌나 인증 정보를 넘긴 정황이 드러나야 부모의 감독 과실과 배상 책임을 이끌어내기 수월하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역시 대가를 수수·요구·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피해 회복 위한 실무 대응 절차
피해자는 경찰에 사건을 접수할 때 실제 사기를 저지른 주범 추적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가해 학생의 계좌 제공 경위와 대가 수수 내역을 수사기록에 남겨야 한다. 이환진 법률사무소 도결 대표변호사는 지식iN 법률상담에서 "상대가 미성년자라면 법정대리인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주범이 특정되면 그 사람을 상대로 민사청구를 병행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유리하다"며 "실제 입금액과 입증 가능한 비용을 기준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액사건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사실조회 제도를 활용해 피고인 아동과 법정대리인의 주민등록초본 등 인적사항을 확보한 뒤, 부모를 공동 피고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