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결제를 형식적으로만 허용하고 26%의 수수료를 물려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한 구글과 애플에 총 637억1,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앱 내 외부 웹링크 연결을 허용하고 수수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라는 시정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위원장 김종철)는 2026년 10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6차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과 애플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과징금 규모는 구글 429억 원, 애플 208억1,000만 원이다. 문화일보 등에 따르면 위원회는 심의 결과 두 회사를 형사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방미통위 조사 결과 구글과 애플은 자사 인앱결제 외 제3자 결제수단을 형식적으로 허용하면서 26%의 고율 수수료를 부과하고 결제 기능에 제약을 뒀다. 구글은 결제 방식별 요금 표시를 제한했고, 애플은 제3자 결제를 도입하려는 개발사에 별도의 전용 앱 제출을 요구했다. 당국은 이 같은 행위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9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한 행위(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10호 위반)도 공통으로 적발됐다. 두 회사는 앱 심사가 늦어질 때 구체적인 사유를 알리지 않거나 개발사의 문의에 일정을 불명확하게 회신했다. 경기신문과 아시아투데이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해외 개발사에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급가액 기준으로 30% 수수료를 물렸다. 반면 국내 개발사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소비자 판매가를 기준으로 30%를 징수해 국내 개발사를 부당하게 차별한 점도 제재 사유에 포함됐다.

방미통위는 두 회사에 특정 결제방식 강제 중지, 앱 내 외부 웹링크 연결 허용 및 제3자 결제 수수료 체계의 합리적 조정을 명령했다. 구글의 사용자경험(UX) 가이드라인과 애플의 별도 앱 제출 요건 등 결제 지침을 개선하고, 앱 심사 지연 사유와 일정을 알리는 절차도 마련하도록 했다. 애플에는 차별적 수수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명령이 추가됐으며 두 회사 모두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아시아투데이에 따르면 최수영 방미통위 비상임위원은 "다른 결제를 허용한다고 해놓고 높은 수수료와 복잡한 절차를 부과해서 결국 자사 결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면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는 2021년 9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된 지 5년여 만에 나왔다. 규제 당국은 법 개정 뒤에도 두 회사가 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가 추가되는 제3자 결제에 26% 수수료를 매기고 아웃링크를 차단하자 2022년 8월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2023년 10월 구글 475억 원, 애플 205억 원 등 총 68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방침을 사전 통지했다. 그러나 구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운영과 폐지, 방미통위 출범 등 행정 공백과 통상 마찰 우려가 겹치며 최종 의결까지 3년이 더 걸렸다.

김종철 위원장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앱 마켓 생태계는 앱 마켓사와 개발사 간 협력적 공생관계 속에서 이뤄질 수 있으며 앱 개발자의 노력이 앱 마켓 혁신에 기여함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23년 10월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조치안을 통지한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데 대해 위원회를 대표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시정 혹은 제재가 바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랜 기간 조사하고 제재안을 다 만들어둔 뒤 내부 이슈로 의결을 늦춘 건 규제기관의 오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즉각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뉴시스에 따르면 구글 관계자는 "구글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개발자들의 결제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지속적으로 협력해왔다. 이번 결정은 구글의 법 준수 노력은 물론 한국 개발자들의 혁신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해온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며, 의결서를 전달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 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애플 관계자도 "애플은 지금까지 취해온 변경 조치들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번 결정을 아쉽게 생각하고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법률에 근거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시정명령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서를 내고 3개월 안에 서비스 및 정책 개선을 마쳐야 한다. 당국은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 부과나 형사고발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당국이 구체적인 수수료율 상한을 직접 정하지 않아 두 회사가 내놓을 개편안에 따라 개발사들의 체감 효과가 갈릴 전망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번 처분이 형식적 결제 허용 후 우회 수수료를 부과한 행위의 위법성을 규정한 첫 법 집행 선례라고 짚었다. 향후 행정소송의 쟁점이 되는 것은 물론, 국내 게임사 등이 제기할 과다 수수료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입증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