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인 조건에 적힌 '감사의 독립성' 의무는 상법상 감사위원회 위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방송통신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대주주 대표이사가 감사위원을 겸직한 ㈜채널에이(채널A)와 공정성 관련 사업계획을 지키지 않은 ㈜매일방송(MBN)은 행정처분인 시정명령을 받았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위원장 김종철)는 2026년 10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6차 전체회의를 열고 '재승인조건 위반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 등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미통위는 방송법 제9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채널A와 MBN에 각각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채널A의 핵심 쟁점은 상법상 감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의 법적 동일성 범위였다. 앞서 방미통위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4년 3월 27일 채널A에 4년의 승인 유효기간을 부여하면서 "방송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는 미디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하고, 사외이사와 감사는 최다액출자자와 관련 없는 독립적인 자로 선임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채널A 대주주인 동아일보의 대표이사(김재호 사장)가 채널A의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면서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채널A 측은 상법상 감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엄격히 구별되는 만큼, 재승인 조건의 감사 선임 의무를 감사위원에게까지 확장해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주식회사는 감사에 갈음해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미통위는 문언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감시 기능과 조건의 취지를 우선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종철 위원장은 "대표가 경영의 책임을 지면서 감사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감독책임을 직접적으로 감당하게 하는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어떤 경우에도 법률적으로 정당화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최수영 위원도 "재승인 조건에는 감사라고만 지정했을 뿐 감사위원은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건의 핵심은 최다액출자자로부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이사가 감사인을 겸임하는 것은 조건의 취지에 부합하기 어렵다"며 시정명령에 동의했다. 다만 최 위원은 "모호한 해석으로 논란이 되지 않도록 재승인 조건 부과 시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제재를 받은 MBN은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제고 분야에서 사업계획서에 제시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 3건을 이행하지 않았다. 메인뉴스의 사실확인(팩트체크) 코너 월 2회 이상 송출, 선거 시 전문기관·단체와 협력한 정책·공약 검증, 홈페이지 내 시청자 의견 피드백 코너 신설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MBN 측은 팩트체크 협력기관이던 서울대학교 팩트체크센터가 2024년 8월 운영을 중단해 정기 송출에 차질이 생겼고, 2024년 총선 당시 전국 254개 지역구 공약을 검증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자체 검증체계를 마련해 2026년 4월부터 코너를 재개했고 5월에는 시청자 의견 코너도 신설하는 등 사전 보완을 마쳤으므로 행정지도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처분으로 두 방송사는 지배구조 개편과 재승인 심사에서 직접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 채널A는 2027년 상반기까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의 감사위원 겸직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방송법에 따른 업무정지나 과징금 등 추가 제재 대상이 된다. 11월 중 전문가 심사위원회의 재승인 심사를 앞둔 MBN은 이번 시정명령 이력이 심사 감점 요인 등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인허가 조건에 '감사'로만 기재돼 있더라도 감사위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행정 해석이 확립됐다. 이에 따라 방송사 등 인허가 사업자의 지배구조 적격성 검토 기준도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