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나 연인과 수개월간 수십 차례 통화를 주고받다가 갈등이 생기자 상대방의 연락을 스토킹으로 고소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명확한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쌍방이 대화를 이어왔다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자칫 허위 사실을 보태 고소하면 무고죄 등으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네이버 지식iN 법률상담에 올라온 사례를 보면 질문자는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상대방과 총 63통, 회당 30분씩 통화하며 대화를 나눴다. 질문자는 그중 상대방이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연락해 온 사실을 근거로 스토킹 고소와 처벌이 가능한지 물었다.

김태현 대표변호사는 "양측이 자발적으로 장기간 통화하거나 대화를 나눈 경우, 단순히 발신자표시제한 전화만으로는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명백히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연락이 이루어졌는지, 불안감·공포심이 있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같은 조 제2호는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로 규정하며, 제18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로 전화 연락에 따른 스토킹 인정 범위는 넓어졌다. 2021년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직후에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남은 부재중 전화나 벨소리를 음향·부호 등의 도달로 볼 수 있는지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이후 대법원은 2023년 5월 18일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남도록 한 행위도 실제 통화 연결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2022도12037). 2024년 9월 27일에는 법원의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결정 이후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문구나 수신차단기호가 남게 한 경우, 통화가 불발되었더라도 잠정조치 불이행죄와 스토킹범죄가 모두 성립한다고 판시했다(2024도7832).

다만 이러한 대법원 판례들도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행위가 지속·반복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27일 선고에서 스토킹범죄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경위, 언동 등을 객관적·일반적으로 평가했을 때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여야 성립한다고 보았다(2023도6411). 실제 경찰 수사 실무에서도 고소장이 접수됐으나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만남을 제안하거나 장시간 상호 통화를 이어가는 등 거부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은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여럿 있다.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려면 경찰서에 고소장과 함께 통화내역, 문자 내역, 녹취록 등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출해 진술조서를 작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처럼 본인이 상대방에게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시한 내역과 그 이후에도 연락이 반복된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리한 고소에 따른 법적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스토킹처벌법은 2023년 7월 11일 개정법 시행으로 종전 제18조 제3항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됐다. 한 번 고소해 사건이 입건되면 고소 취하나 합의서 제출만으로는 수사를 종결시킬 수 없다. 특히 쌍방 합의하에 통화한 내역을 숨기거나 허위 사실을 꾸며내 고소하면 형법 제1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고죄나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로 역고소를 당하는 분쟁이 늘고 있다. 반대로 억울하게 고소당한 피의자라면 상호 통화 상세내역과 메시지 대화 전문을 시간순으로 복원해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었음을 초기에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