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이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던 다짐은 원금이 사라지는 순간 고소장으로 바뀌었다. 평소 주식 투자를 하던 A씨에게 어느 날 친척이 찾아와 대신 투자해달라며 1억 원을 송금했다. A씨는 원금 손실 위험을 설명하며 만류했으나 친척은 거듭 투자를 요구했다. 결국 A씨는 자기 자금까지 보태 주식을 매수하고 자금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투자 종목 중 하나가 상장폐지되면서 불거졌다. 시장 변동으로 큰 손실이 나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친척은 태도를 바꿔 손실금 전액 반환을 요구했다. 나아가 A씨가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작정이었다며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고소했다. 친척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해 자기 돈까지 잃은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사기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투자 실패와 사기죄의 경계

주식 상장폐지나 가상자산 폭락처럼 시장 상황이 나빠져 손실이 났을 때, 투자자가 원금을 회수하려고 형사 고소를 택하는 일은 흔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기 범죄 피해자의 73.4%가 피해액을 한 푼도 되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민사소송만으로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형사처벌이라는 심리적 압박으로 돈을 돌려받으려는 고소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돈을 잃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기망행위란 상대방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는 것을 뜻하며, 처음부터 돈을 빼돌릴 생각인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만 범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2도14516 판결과 2017도20682 판결 등 확립된 판례는 금전을 주고받던 당시를 기준으로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투자 약정 당시에 사업을 추진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약속한 목적대로 자금을 운용했다면, 사후에 경제 사정이나 시장 악화로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단순한 민사 분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19도16721 판결 역시 리조트 투자에서 원금과 연 12% 수익을 약정했다가 손실을 낸 사안에서, 계약 체결 당시 편취 의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실제 수익금 지급 노력이 있었다면 무죄라고 판단했다.

무엇이 혐의 유무를 갈랐는가

다시 A씨 사례로 돌아가 보자. 수사기관이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은 친척에게서 1억 원을 받던 시점에 A씨가 친척을 속였는가였다. 이 사안에서는 세 가지 사실관계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투자를 권유한 쪽이 A씨가 아니라 친척이었으며, 손실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와 함께 자발적으로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대화 내역 등으로 정리했다.

다음으로 A씨 역시 자기 자금을 함께 투입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남의 돈을 가로챌 목적이었다면 굳이 자기 돈까지 같은 종목에 넣어 손실을 자초할 이유가 없으므로, 전형적인 공동 투자 실패 구조임을 설명한 것이다. 아울러 손실 원인이 개인적인 착복이나 유용이 아니라 투자 종목의 상장폐지라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있었다는 점을 계좌 거래내역으로 소명했다.

위탁받은 자금을 약속한 주식 매수에 그대로 투입했고, 수익 가능성을 믿고 자기 자금까지 함께 운용했다면 처음부터 상대를 속이려 했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러한 소명을 받아들여 A씨에게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단순 투자 손실과 형사상 사기죄의 법적 구조를 명확히 분리해 낸 결과였다.

억울한 고소를 피하기 위해 확인할 것들

지인이나 친척과 금전이 오가는 투자를 할 때는 관계가 좋을 때일수록 기록을 명확히 남겨두어야 한다. 투자금을 받기 전에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상대방이 위험을 인지하고도 자발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는지를 보여주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대화, 녹음 파일 등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손실이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만 믿고 근거를 남기지 않으면, 훗날 상대방이 원금 보장을 약속받았다고 말을 바꿀 때 방어하기가 까다롭다.

대법원 2013도3631 판결이 지적하듯, 원금을 반환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서도 원금 반환을 믿게 해 돈을 받았다면 기망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더욱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원금 보장을 내세워 자금을 모으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원금이나 확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투명하게 증명할 금융 자료도 필수적이다. 사기 고소가 접수되면 경찰 수사는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걸리며, 초기 계좌 추적과 소명 자료 제출 여부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갈린다. 전달받은 투자금을 생활비나 기존 채무 변제에 섞어 쓰지 않고, 약정한 주식이나 자산 매수에 전액 투입했다는 증권사 거래내역과 은행 이체 내역을 명확히 정리해 두어야 혐의를 벗을 수 있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안고 가는 행위이며, 실패의 책임을 형벌로 묻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민사상 손실 보전 수단으로 형사 고소가 남용되는 현실에서, 수사기관 역시 결과적 손실 크기보다 행위 당시의 고의와 자금의 실제 흐름을 더욱 엄격히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