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인 6,710억 원대 밀가루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삼화제분 등 제분사 5곳이 과징금을 나누어 낼 수 있게 됐다.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한꺼번에 내면 겪게 될 자금난과 유동성 위기를 고려해 납부기한을 늦추고 분할납부를 허용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9월 8일 삼화제분이 낸 과징금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신청을 인용 의결했다(2026국카1869, 의결 제2026-188호). 공정위는 같은 날 동일 사건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삼양사(의결 제2026-185호), 한탑(의결 제2026-187호), 대한제분(의결 제2026-189호), 사조동아원(의결 제2026-190호)의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신청도 함께 인용했다.
사실관계
공정위는 5월 20일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4,500만 원을 부과했다. 법인 및 전·현직 임직원 14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단일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이들 7개 회사의 B2B 밀가루 판매시장 점유율은 2024년 매출액 기준 87.7%에 이른다.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실행한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5조6,900억 원으로 조사됐다.
제분업계는 2006년 4월에도 대한제분, 동아제분, 삼화제분 등 8개 사가 밀가루 담합으로 적발돼 과징금 434억1,700만 원과 검찰 고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등은 제재 당시 “제분사들이 2006년 담합 제재를 받고도 재차 담합을 실행하였고, 정부의 물가안정 지원 보조금을 수령하는 기간에도 가격 인상 등을 논의하는 등 시장 왜곡이 심각해 엄중 제재가 불가피했다”고 발표했다. 삼화제분은 194억4,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유동성 부담과 자금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를 신청했다.
공정위 판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3조는 과징금 규모가 대통령령 기준을 넘고 일시 납부에 따른 자금사정의 현저한 곤란 등이 인정되면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분할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86조는 이 기준을 매출액의 100분의 1 또는 10억 원으로 규정하며, 현금보유액 수준과 자본총액 대비 부채비율이 2배를 넘는지 등을 종합 고려하도록 한다. 공정위 고시인 과징금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기준에 관한 고시는 신청 당시 과징금 대비 보유 현금(2개월 이내 만기 도래 차입금을 공제한 금액) 비율이 50% 미만인지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
공정위는 삼화제분 등이 제출한 재무 자료를 바탕으로 법령상 요건을 심사해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인용 결정으로 삼화제분 등 5개 제분사는 과징금 일시 납부에 따른 단기 현금 유동성 위기를 피하고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나누어 납부할 수 있게 됐다.
파장 및 향후 절차
과징금 분납 허용과 별개로 담합에 따른 제재와 후속 조치는 이어진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은 2026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기초 식자재 분야 담합 과징금 미수납액이 전체의 60%를 넘는 등 실효성 있는 징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담합에 가담한 7개 제분사를 제분업체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전면 제외하고 밀가루 가격 모니터링을 매월 정례화하기로 했다.
7개 제분사는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3개월 이내에 독자적으로 밀가루 공급가격을 다시 결정해야 하며, 앞으로 3년간 가격 변경 내역을 연 2회 서면으로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 고발에 따른 7개 제분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14명의 형사 사법 절차도 검찰에서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