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위에서 벗어난 기업이라도 과거 지주회사였던 시기에 금융사 주식을 보유했다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주회사 요건 미달로 지정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금산분리 원칙 위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위반한 주식회사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KPIC Corporation)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100만 원을 부과하기로 2026년 9월 21일 제1소회의에서 의결했다고 10월 25일 밝혔다(2025집단1860, 약식의결 제2026-060호). 시정명령은 향후 피심인이 다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될 경우 같은 위반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행위금지명령 형태로 내려졌다.
사실관계
대한유화의 최대주주이자 화학물질 수출입업 등을 영위하는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은 2013년 12월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17년 7월 1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자산총액 요건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됐다. 다만 기존 지주회사에 부여된 10년의 유예기간에 따라 자산총액 약 4,545억 원 상태에서도 2027년 6월 30일까지 지주회사 지위를 유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이 회사는 일반지주회사 신분이던 2023년 7월 5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금융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스파크랩파트너스의 상환전환우선주 33만3,333주(지분율 6.67%, 취득가액 약 5억 원)를 소유했다. 이후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 중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인 지주비율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가 정한 법정 요건인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2024년 12월 31일 자로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
공정위 판단
공정거래법 제18조 제2항 제5호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에 따른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제재 처분 시점인 2026년에는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 이미 지주회사에서 벗어났더라도, 지주회사 신분을 유지했던 기간에 발생한 법 위반행위에는 공정거래법 제20조 및 제21조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는 지주회사가 아니어서 즉각적인 주식 처분명령을 내리는 대신, 향후 다시 지주회사가 될 경우를 전제로 한 재발방지 명령을 부과했다. 리드경제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4년 지주회사 사업내용 보고서 제출 당시 해당 소유주식을 누락한 허위 보고 행위에는 경고를 의결했다.
제재 의의와 쟁점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단순·투명하고 건전한 소유지배구조 형성이라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 행위 제한 규정 위반을 적발·제재함으로써 지주회사의 법규 준수에 대한 책임성 및 경각심을 높였다는 점과, 현재 지주회사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지주회사였던 당시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주회사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지주회사 등의 법 위반행위를 면밀히 감시하고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드경제에 따르면 금융사 지분 취득과 함께 형사고발 규정이 있는 사업내용 보고서 누락 제출이 병행됐음에도 경고와 과징금 3,100만 원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지 않고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참작해 사실상의 지주회사 제재 수위를 낮춤으로써 규제 형평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의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