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발명에 일부 중수소화된 화합물이 나와 있더라도 중수소화 비율을 최소 40%로 높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자 수명을 크게 늘렸다면 특허 유효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LG화학이 미국 듀폰(DuPont)에서 인수한 핵심 소재 특허를 둘러싸고 6년간 이어진 무효 공방이 특허권자의 승리로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026년 5월 14일 국내 OLED 소재 업체 에스에프씨(SFC)가 LG화학을 상대로 낸 ‘전자적 응용을 위한 중수소화된 화합물’ 특허(등록번호 제1427457호) 등록무효 상고심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후11125). 이 사건에서 피고 LG화학은 김·장 법률사무소가, 원고 SFC는 법무법인 세종과 특허법인 충현이 대리했다.
사실관계
이 특허는 청색 형광 방출 물질의 호스트(host)로 쓰이는 아릴-안트라센계 화합물을 중수소화해 분자 안정성을 높인 발명이다. 발광 효율 등 다른 물성은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OLED 소자 수명을 현저히 늘리는 기술이다. 미국 듀폰이 2011년 국내에 출원해 2014년 7월 31일 등록받았고, LG화학이 2019년 듀폰의 솔루블 OLED 관련 특허 기술을 일괄 인수하며 권리를 넘겨받았다.
인수 직후인 2019년 10월 28일 삼성디스플레이와 일본 호도가야화학의 합작사인 SFC가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2019당3367)을 청구했다. 일본 소재 업체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대리인 제일특허법인)도 같은 특허에 무효심판을 내면서 국내외 경쟁사의 동시 공격이 시작됐다. SFC는 앞선 2022년 특허심판원에서 LG디스플레이와 머티어리얼사이언스가 공동 보유하던 OLED 중수소 특허(제2277303호)의 등록을 취소시킨 바 있다.
특허심판원·특허법원 판단
SFC는 발명의 범위가 불명확해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선행발명에 이미 개시돼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2022년 6월 SF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SFC가 불복해 특허법원 소송이 진행되던 2023년 3월, LG화학은 특허심판원에 정정심판을 청구하는 전략을 택했다. 권리범위가 넓게 적힌 청구항(1~4, 6, 10~13, 19)을 삭제하고 핵심 청구항(14~17, 22 등)의 화합물을 ‘적어도 40% 중수소화된 화합물’로 명확히 좁히는 내용이었다. 특허심판원은 같은 해 10월 정정을 인용했다.
특허법원은 2024년 9월 SFC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SFC가 제시한 선행발명 화합물의 중수소화율은 약 12.5~18%에 그치는 반면, 이 사건 특허는 최소 40% 중수소화를 핵심 구성으로 삼아 두 발명 사이에 화학적으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행발명들을 단순 결합해 쉽게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명세서에 화합물 제조법과 중수소화 수준 측정법 등이 충분히 적혀 있어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실시가능 요건)과 제4항 제1호(뒷받침 요건)를 충족한다고 보았다. 선행발명과 실질적으로 같지 않고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없어 특허법 제29조가 정한 신규성·진보성도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공동으로 무효를 다투던 이데미츠코산은 특허법원 패소 뒤 상고했다가 2025년 스스로 취하해 무효 분쟁은 모두 끝났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로 인수 직후 무효 위기에 놓였던 핵심 소재 특허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졌다. 디일렉에 따르면 LG화학 관계자는 “해당 특허는 OLED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라며 “권리 행사를 통해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 유효가 최종 확정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특허침해금지 민사소송 1심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인베스트조선과 디일렉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SFC를 상대로 제품 생산·판매·수입 금지와 재고 폐기, 업계 추산 약 3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준비 중인 SFC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