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연인이나 헤어진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재회를 요구하거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요하고 친구 관계를 끊게 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처벌받는다. 물리적 폭행이나 상해가 벌어지기 전인 지배·통제 단계부터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각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차관 이진수)는 2026년 11월 3일 교제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지배·통제 행위 9가지 유형을 스토킹행위에 추가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의안번호 제22073호)은 정부안 협의를 거쳐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26일 대표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종전에는 연인 간 교제폭력이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인간관계를 통제하는 데서 시작되더라도 이를 직접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접근·미행, 진로 차단, 일상 장소에서의 대기·관찰,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글·영상 전송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역시 법률상 배우자나 사실혼·친족 관계에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혼인 외 연인 관계에서는 물리적 폭행이 발생하기 전까지 경찰이 개입하거나 피해자를 분리하기 어려웠다.

개정안은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에 지배·통제 행위 9개 유형을 목 단위로 신설해 입법 공백을 메웠다. 새로 추가된 유형은 이별 후 재회를 요구하는 등 관계의 형성·유지·재개를 강요하는 관계강요, 동의 없이 위치추적 장치나 프로그램을 설치·운용하는 위치추적이다. 지켜보고 있다며 감시 사실을 알리는 감시고지, 비밀번호 제공을 강요하거나 권한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에 접근해 정보를 열람·취득하는 디지털통제도 포함됐다.

직장·학교 등에 허위사실이나 사생활을 유포하거나 예고하는 사회관계침해, 교제 중 알게 된 사생활 비밀이나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알리는 사적정보이용통제도 스토킹행위에 들어갔다. 피해자나 가족 등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가하거나 예고하는 위협·공포조성, 상대방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해치거나 해치겠다고 알리는 반려동물위협, 속임수나 위력 등 부당한 방법으로 가족·친구·동료와의 교류를 제한·차단하는 관계고립·차단도 신설 대상이다.

이 같은 9가지 행위가 인정되면 외견상 폭행이나 상해가 없더라도 스토킹처벌법 제9조에 따라 잠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피해자나 주거 등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경찰관서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저질러 스토킹범죄로 인정되면 같은 법 제18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스토킹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강력범죄가 잇따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3월 경기 남양주에서 전자장치 부착과 접근금지 명령을 받던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살해한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으로 구성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는 7월 13일 교제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법제화를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경찰청과 김남희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25년 교제폭력 112 신고는 10만5,327건에 달했으나 구속률은 2.5%에 그쳤다. 2023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발생한 살인범죄 2,760건 가운데 19.7%인 543건에서는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 선행 범죄가 확인됐다.

여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남희 의원은 10월 26일 "교제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위치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지배와 통제에서 시작되기도 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되기 전에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제도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대상 행위가 넓어지는 만큼 일상적인 연인 간 다툼과 지배·통제 범죄의 경계가 실무상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와 불안감·공포심 유발에 관한 사실인정 및 증명 책임도 다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스토킹처벌법 개정만으로는 친밀관계 폭력의 맥락을 모두 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조윤희 법무법인 이채 변호사는 10월 22일 한국여성의전화 주최 기자회견에서 "친밀관계폭력은 감시와 고립, 경제적 종속, 지배와 통제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폭력"이라며 "개별 행위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을 중심으로 한 스토킹처벌법만으로는 폭력의 맥락을 충분히 포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동기나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아 가해자들이 성폭력 피해자의 사과 요구 등을 스토킹이라며 역고소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이 2026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법안 심의에 참여할 방침이다. 접근금지 및 전자장치 대상자의 실시간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법무부 전자감독시스템과 경찰청 112시스템 연계는 12월 완료될 예정이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스토킹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2027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