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기업이 돈을 갚지 못할 때 은행이 납품 중소기업에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상환청구권이 2027년 1월부터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납품대금 결제 만기도 최장 90일에서 60일로 줄어들어 중소기업의 연쇄 부도 위험과 이자 부담이 함께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11월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6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외상매출채권 및 외담대 제도개선 방안과 5극 3특 지역 핵심 중소·중견기업 보증부 대출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16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18개 기관은 지역 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가장 큰 변화는 외담대 상환청구권의 원칙적 폐지다. 그동안 은행권은 구매기업(원청)의 신용등급이 높지 않으면 위험 관리 차원에서 판매기업(납품 중소기업)에 상환청구권을 부과해 왔다. 2025년 기준 전체 외담대 취급액 56조3,000억 원 가운데 상환청구권이 붙은 금액은 26조9,000억 원(47.8%), 건수로는 46만3,000건(65.6%)에 달했다.
이 때문에 원청이 흔들리면 협력업체까지 도산 위기에 몰리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2023년 12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외담대 잔액 451억 원을 협력업체가 갚아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2025년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했을 때는 은행이 상환청구권을 행사해 220개 납품사에 약 310억 원의 변제 의무가 넘어갔다.
2027년 1월부터는 신규 취급분과 기존 대출의 만기 도래·갱신분 모두 상환청구권이 사라진다. 판매기업의 신용도가 구매기업보다 높아 금리나 한도에서 유리해 판매기업이 명시적으로 희망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구매기업이 외담대를 조기 상환할 때 일부 은행이 구매기업에 돌려주던 선취이자(연간 약 83억 원)도 실제로 이자를 낸 판매기업에 환급하도록 통일한다.
채권 만기도 법 기준에 맞춰 줄어든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제22조는 물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서는 만기 61~90일짜리 채권이 전체 발행액(527조3,000억 원)의 22.1%인 116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은 2027년 2월부터 외상매출채권과 외담대, 상생채권 만기를 모두 60일 이내로 단축해 약 117조 원의 조기 현금화와 연간 약 363억 원의 이자 절감을 유도한다.
상환청구권 폐지로 은행이 비우량 기업 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백브리핑에서 “은행들과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충분히 논의했으며, 은행의 신용평가 역량을 감안할 때 대출 축소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방 금융공백을 메우기 위한 4조5,000억 원 규모의 저리 보증부 대출도 신설된다. 은행권이 3년간 3,000억 원을 특별출연하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약 15배인 4조5,000억 원의 협약보증을 공급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핵심 기업을 추천해 지방비로 이자 차액을 보전하는 구조다. 약 9,000개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지원 자금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뺀 14개 시·도(세종은 충남에 포함해 13개 단위)를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차등 배정한다. 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우수 3개 시·도에 각 4,500억 원, 우수 5곳에 각 3,500억 원, 보통 5곳에 각 2,800억 원을 배정한다. 은행의 공급 실적은 2028년 평가부터 3년간 지역재투자 평가 가점 항목으로 반영한다. 지자체 공모는 2026년 말까지 진행해 2027년 1월 등급을 확정하고 1분기 안에 대출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