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이었던 국내선 공급 좌석 유지 의무를 어긴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행강제금 부과와 함께 첫 형사고발 제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 부과한 결합 조건을 임의로 줄인 행위에 검찰 고발까지 요구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는 2026년 9월 30일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등 3개 항공운송사업자의 시정조치 불이행 건과 괌 노선 시정조치 변경신청 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고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심사관은 청주-제주 노선의 좌석 유지 의무를 위반한 3개 사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와 함께, 제125조 벌칙 조항을 적용해 3개 법인을 모두 검찰에 형사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주-제주 노선 공급 90% 미만 축소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피심인 3개 사는 기업결합일인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청주→제주, 제주→청주 노선에서 공급 좌석 수를 기준연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0% 미만으로 축소해 공급했다.

공정위는 2022년 5월 9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취득 결합을 조건부 승인(전원회의 의결 제2022-107호, 2024년 12월 24일 변경의결 제2024-364호)하면서 국제선 26개와 국내선 8개 노선에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경쟁 항공사에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결합 당사회사가 일방적으로 좌석을 줄여 운임을 올리거나 독과점 폐해를 유발하지 못하도록 연도별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하도록 한 행태적 조치가 핵심이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연간 기준으로 점검한 결과 미달이 확인된 노선은 청주~제주 노선이다"라며 "3개 사가 운항 횟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구체적인 공급 좌석 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첫 형사고발 상정…괌 노선 완화 신청은 기각 의견

이번 조치는 결합 승인 조건 불이행 사건에서 처음으로 법인 형사고발 의견이 상정된 사례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의 좌석 유지 의무 위반으로 2025년 12월 역대 최대 규모인 185억7,86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으나, 당시에는 행정제재인 이행강제금만 내려졌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25조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를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심사관 의견대로 고발을 확정할 경우 3개 법인은 검찰 수사와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대한항공 등 5개 계열 항공사가 괌 노선과 관련해 "인프라 악화 및 여행 트렌드 변동 등으로 관광지 수요가 급감했다"며 좌석 유지 의무 기준을 90%에서 70%로 낮춰달라고 낸 시정조치 변경신청에 대해 심사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2024년 12월 변경처분 의결 이후 사정변경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의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등 방어권 행사 절차를 거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수위와 검찰 고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