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을 겪는 이들 중 상당수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재산을 한 푼도 챙길 수 없다고 오해한다.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모든 경제적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레 체념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의 유책성을 앞세워 재산을 전혀 내어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식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마주하는 법리는 이러한 일반 법 감정과 뚜렷한 거리를 둔다.
실제 실무에서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가 이혼 청구와 함께 거액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을 당해 곤경에 처하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수년간 일해 번 소득과 가사 참여로 일군 재산까지 전부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다. 상대방 역시 유책성을 이유로 재산분할 기여도를 전면 부정하려 들기 쉽다.
책임에 대한 징벌과 재산 청산의 분리
이러한 분쟁의 핵심은 유책 사유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가에 있다. 일상에서는 도덕적 비난과 경제적 정산을 뒤섞기 쉽지만, 법률상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민법 제806조와 제843조에 따른 위자료 청구권은 상대방의 과실로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받는 불법행위 책임에 바탕을 둔다. 반면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청구권은 부부가 혼인 기간 중 협력해 이룩한 실질적 공동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맞춰 청산·분배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대법원 1993. 5. 11. 자 93스6 결정은 이러한 구분을 확고히 한다. 대법원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재산이 있다면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혼인을 유지하지 못한 도의적 과실이 있더라도, 부부 공동체 안에서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해 온 실질적인 노동과 기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감정이 아닌 객관적 기여도의 수치화
재판에서는 감정적 비난을 걷어내고 경제적 실체에 집중해야 한다. 혼인 기간 벌어들인 소득 증빙 자료를 정밀하게 정리하고, 소득 활동 외에 가사 노동과 자산 관리에 쏟은 노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재구성해야 한다. 동시에 상대방이 제시한 재산 목록 중 과대평가되었거나 누락된 자산 항목을 면밀히 분석해 공정한 분할 대상 가액을 확정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법원 역시 이러한 객관적 기여도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린다. 혼인 파탄에 따른 위자료 지급 책임은 인정하더라도, 재산분할에서는 각자의 몫을 명확히 보장한다. 잘못에 대한 손해배상과 자산에 대한 정당한 몫의 배분이 법리에 따라 명확히 분리되는 셈이다.
불리한 위치에서 확인해야 할 실무 기준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재산분할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면 몇 가지 기준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상대방의 유책 공세에 위축되어 재산 내역 공개를 피하거나 불리한 합의서에 섣불리 서명해서는 안 된다. 혼인 시작부터 파탄 시점까지의 금융 거래 내역, 소득 자료, 부채 발생 경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둘째, 직접적인 경제활동뿐 아니라 가사와 양육, 절약으로 재산 감소를 방지한 간접적 기여도 역시 법적으로 중요한 평가 지표다. 셋째,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는다. 협의이혼을 진행하더라도 재산 문제는 이 기간 내에 명확히 매듭지어야 한다.
법은 부부 관계의 도덕적 파탄을 징벌하는 수단으로 재산분할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 잘못에 대한 합당한 배상과 혼인 중 형성한 정당한 재산권 보호는 엄연히 별개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