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나 월세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사를 나가게 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곧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지 혼선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집주인과 중도해지에 합의해 정해진 계약 종료일이 지나거나 적법한 해지 효력이 발생한 뒤에만 신청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에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핵심 요건은 임대차 계약의 종료다. 임대인의 동의나 합의 없이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짐을 빼고 퇴실했다면 잔여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임대차가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없어 법원에서 신청이 각하되거나 기각된다.

합의해지 시점과 증빙 확보가 필수

계약 기간 도중 중도퇴실하려면 임대인과 사전에 계약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합의된 해지 날짜 다음 날부터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요건을 갖춘다. 민법 제111조 제1항에 따라 해지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문자메시지나 녹취, 중도해지 합의서 등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남겨두어야 법원 심리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세입자가 해지를 통지할 때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이 경우 역시 통지 도달 후 3개월이 지나 계약이 적법하게 끝난 시점부터 신청할 수 있다.

등기 기입 확인 전 전출하면 대항력 상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더라도 실제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섣불리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점유를 완전히 넘겨서는 안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에 따르면 임차권등기가 마쳐져야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거나 새로 취득된다. 법원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관할 등기소의 등기사항증명서 을구에 주택임차권 등기가 실제로 기재된 것을 확인한 뒤 전출해야 권리를 보호받는다.

2023년 7월 19일 개정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등기명령 결정이 임대인에게 송달되기 전이라도 법원이 등기소에 촉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절차 소요 시간은 단축됐다. 종전에는 집주인이 잠적하거나 송달을 회피하면 등기 기입이 장기간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

전세 분쟁 속 필수 구제 절차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021년 7,631건에서 2022년 1만2,038건, 2023년 4만5,445건으로 늘었다. 이어 2024년 4만7,353건을 기록한 뒤 2025년에는 2만8,044건으로 집계됐다.

대법원은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이 점유를 상실했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2003다62255 판결). 다만 기존 대항력을 온전히 보존한 채 안전하게 이주하려면 반드시 등기 완료를 확인한 뒤 이사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