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끝난 뒤 상대방이 만취 상태에서 동의 없는 성관계를 맺었다며 준강간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밀실에서 벌어지는 범죄 특성상 물적 증거가 부족해 양측 진술이 첨예하게 맞서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수사 초기 어떤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사건의 향방이 갈린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자를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폭행이나 협박을 직접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술에 취해 저항하거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맺으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준강간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다. 대법원은 음주 후 성관계 사건에서 피해자가 단순 단기 기억상실인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의식을 완전히 잃은 '패싱아웃'인지를 판단할 때, 사건 전후 CCTV에 나타난 피해자의 자발적 거동과 언동, 신용카드 결제 및 메시지 송수신 내역 등 객관적 행동 정황을 종합해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2018도9781).

피해자가 실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피의자가 심신상실 상태로 오인하고 간음할 의사로 행동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인식하고 간음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그러한 상태가 아니었던 사안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2018도16002).

실제 재판 실무에서도 사건 당일 모텔 등 숙박업소 CCTV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오거나 휴대전화를 직접 조작하는 등 의사능력이 남아 있던 정황이 입증돼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반면 객관적 자료가 사라진 상태에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위험이 크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경우라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물적 자료를 신속하게 보존해야 한다. 상가나 숙박업소의 CCTV 영상은 보관 주기가 7일에서 30일 안팎으로 짧기 때문에 경찰 조사 전 법원 증거보존 신청이나 업주 협조 요청으로 원본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사건 직전과 직후에 나눈 메신저(카카오톡·문자) 대화 내역과 통화 녹음, 이동 동선이 담긴 택시·신용카드 결제 내역도 주요 반박 자료다. 메시지 내역은 대화방을 임의로 캡처하기보다 삭제나 위변조 논란을 막을 수 있도록 대화 원본 전체를 백업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법무법인 선린 류종민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법원은 진술의 일관성, 사건 직후 대응(메시지, 주변 통보 내용) 및 정황증거 간 연결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올인 법률사무소 허동진 변호사도 "수사 초기 변소의 일관성과 합리적 소명 자료 제출 여부가 불송치 및 송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