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피의자신문조차 받지 않았는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곧바로 재판에 넘겨지면 당사자는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재판 자체가 무효이거나 공소가 각하·기각돼야 한다고 반발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절차상 피의자 조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공소를 당연히 기각하거나 재판 절차가 원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라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듣는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피고소인이 거듭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가 불가능한 경우, 또는 폐쇄회로(CC)TV·계좌 내역·서류 등 물적 증거나 피해자 진술과 같은 객관적 증거가 이미 확보돼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피의자진술조서 없이도 사건을 송치하고 기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조사는 수사의 한 수단일 뿐 공소제기의 필수 요건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가 정한 공소기각 판결 사유는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 등으로 한정된다.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조사가 누락됐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원영재 변호사는 "피고소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공소기각 사유가 되거나 재판 자체가 원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이 방어권이나 진술거부권을 고의로 박탈했다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을 다투거나 변호인을 통해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해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쟁점은 수사 과정에서 실제로 적법한 출석 요구가 있었는지와 사건기록에 편철된 증거의 성격이다. 출석 요구와 진술 기회 부여가 일절 없이 송치·기소됐다면 절차상 하자를 근거로 방어권 침해를 주장해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다. 반면 출석 요구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피의자신문 부재를 이유로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장우건(법무법인 강현) 변호사는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에 열거된 제한적 사유에 해당할 때만 인정된다"며 "감정적 비난 표현은 재판부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고, 거짓 또는 과장된 내용을 외부에 제기하면 명예훼손 분쟁의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기록을 확인해 객관적 하자를 특정하고 공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 항의보다 법적 대응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법원 공판기일 전에 증거목록과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해 경찰 출석 요구 내역과 송치 경위, 증거 취득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른 위법수집증거 배제 신청을 하거나 증거인부 절차를 거쳐 방어권을 확보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수사 절차에 불만을 품고 온라인 등에 수사관이나 고소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