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나 취업을 제안받고 건넨 본인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악용돼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기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본인 계좌가 범죄 자금 세탁에 쓰였다면 형사처벌과 금융거래 정지 조치를 피하기 어렵다.

타인에게 계좌나 체크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 대가를 수수·약속하고 대여하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를 넘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49조 제4항).

수사기관은 계좌를 넘겨준 사람이 범죄 수익을 나누어 갖기로 했거나 범죄에 쓰일 가능성을 어렴풋이 알고도 용인했는지(미필적 고의)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판단되면 형법 제32조에 따라 사기방조죄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접근매체를 대여할 때 피고인이 경제적 대가를 기대했는지, 범죄 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는지를 엄격히 따져 유무죄를 가른다(2022도5903 판결 등). 단순히 계좌번호만 전달한 사안이라도 범죄 이용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기방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2019도10015 판결).

형사처벌 외에도 피해자들로부터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험이 크다. 대법원은 통장 명의인의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참작해 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2012다84707 판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으로 등록되면 전 금융기관의 비대면 거래가 즉시 중단된다.

사기 조직에 속아 계좌를 넘긴 정황이 있다면 수사기관 조사 전에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몰랐다고 진술하기보다 상대방과 나눈 문자·카카오톡 대화 내용, 광고 문구, 통화 녹음 등을 보존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범행 가담 의도가 없었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피해자와 임의로 합의를 시도하거나 신원불상자의 추가 송금·인출 요구에 응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