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상대로 SNS에서 비대면 대출을 약속하며 선입금을 가로채고, 이후 계좌 거래정지를 핑계로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대방이 협박하며 요구하는 손해배상금이나 합의금을 추가 송금하면 2차 피해로 이어지므로 즉시 거절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최근 피해자 A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비대면 대출 광고를 접한 뒤 사기 일당과 접촉했다. 일당은 신용조회 과다로 정상 대출이 어렵다며 거래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니지 등 특정 모바일 게임을 설치하게 한 뒤 게임 내 재화인 다이아를 결제하도록 유도하거나, 입금자명을 '한도증액'으로 변경해 돈을 입금하도록 지시했다. A 씨가 돈을 보내자 이들은 계좌 정보와 SNS 부계정까지 넘겨받았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A 씨의 계좌가 과거 중고거래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연루 의심으로 지급정지되자 일당은 태도를 바꿨다. 이들은 "당신 때문에 회사 법인 계좌까지 연쇄 동결돼 막대한 손해가 났다"며 피해 금액의 절반인 150만 원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돈을 보내면 은행에 소명해 계좌를 풀어주겠다면서, 거절할 경우 흥신소를 동원해 본가 부모에게 소장을 발부하겠다는 협박까지 덧붙였다.

정상 금융사는 선입금 요구 안 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가 전형적인 대출빙자형 피싱과 공갈 범죄의 결합이라고 지적한다. 제도권 금융회사는 대출 과정에서 게임 아이템 결제, 제3자 명의 이용, 한도 증액 예치금, 보증금 등 어떤 명목으로도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장우건 변호사는 "대출중개를 빙자해 게임 아이템 결제나 특정 입금자명 송금을 유도하고 흥신소·소장 발부를 운운하는 것은 피싱 및 공갈미수 범죄에 해당한다"며 "상대방의 흥신소 의뢰나 부모에 대한 소장 발부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추가 송금을 절대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41.9%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2025년 5월 21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계좌 묶였다면 이의제기 절차 활용해야

피해자가 사기범의 계좌 해제 요구에 돈을 보내더라도 계좌가 풀릴 가능성은 없다. 사기범은 계좌 지급정지를 해제할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추가 송금은 회수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금세탁 가담 의심을 살 위험도 있다.

계좌가 묶인 피해자는 법률이 정한 공식 이의제기 절차를 활용해야 한다. 2024년 8월 28일 시행된 개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에 따르면,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된 명의인은 범죄 의도가 없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거래 상대방과의 대화 캡처본, 중고거래 송장, 송금 영수증 등을 은행에 제출해 소명하면 사기 피해금과 무관한 계좌 잔액의 지급정지를 해제받을 수 있다.

김태현 변호사는 "사기에 사용된 대화 내역, 문자, 송금 영수증 등 증거를 확보해 즉시 경찰청(182)이나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야 한다"며 "경찰 신고접수증과 피해 진술서, 대화 캡처본을 은행에 제출해 계좌 해제 소명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하면 형법 제350조(공갈) 및 제352조(미수범)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므로, 모든 통화 녹음과 메시지 원본을 경찰 수사 증거로 보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