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이형성증 진단을 받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단순 염증 질환이라며 지급을 거절당하고, 새 보험에 가입하려 하면 암 병력자로 분류돼 가입이 막히는 모순된 관행이 분쟁을 낳고 있다. 임상의사가 발급한 진단서 기호에만 얽매이지 않고 조직병리검사 결과지의 세부 소견을 따져 정당한 유사암 진단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상피내종양 2단계(CIN2) 및 고등급 편평상피내병변(HSIL) 소견을 받은 A 씨는 보험사에 제자리암에 해당하는 유사암 진단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임상의사의 진단서에 적힌 질병코드가 여성생식관의 비염증성 장애인 '중등도 자궁경부이형성(N87.1)'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황당한 일은 이후 발생했다. A 씨가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려 하자 보험사 전산에 '제자리암(D06)·상피내암(D06.9) 병력'이 등록돼 있어 신규 가입이 거절된 것이다.
진단비는 '비종양', 가입 심사는 '암'… 모순된 잣대
이러한 혼선은 임상의사의 진단코드 부여 기준과 병리조직학적 분류 기준, 보험사의 언더라이팅(인수 심사) 기준이 제각각 작동하면서 발생한다. 산부인과 임상의사는 통상 CIN2 병변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상 N87.1 코드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질병분류와 중앙암등록본부 암등록지침에 따르면 병리조직검사상 HSIL 소견이 명시된 경우 형태학적 분류상 제자리암종(D06)으로 분류할 근거가 확립돼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임상의사의 N87 진단 코드를 앞세워 비종양 질환이라며 책임을 피한다. 반면 신규 가입 심사에서는 동일한 질환을 암 전 단계 또는 제자리암 위험군으로 분류해 인수를 거절하거나 특정 부위 부담보를 설정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조직검사지 'CIN2·HSIL' 확인되면 유사암 대상
법원 판례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선례는 임상의사의 진단서 코드보다 병리과 전문의의 조직검사 결과를 우선하는 추세다.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은 암 및 제자리암의 진단 확정이 병리과 전문의사의 조직검사나 미세바늘흡인검사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내려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약관 뜻이 명백하지 않을 때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도 적용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직검사 결과상 상피층 침윤 여부와 병리학적 기준을 종합해 임상 진단서상 코드가 다르더라도 병리학적 기준에 부합하면 제자리암(D06)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18나65691 판결). 자궁경부 병력 고지의무 분쟁에서도 약관상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보험사에 5,6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제3자 의료자문 동의 요구… 섣부른 서명 피해야
보험금 재심을 청구할 때 보험사 현장심사 담당자가 요구하는 '제3자 의료기관 자문 동의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보험사 제휴 자문병원으로 서류가 넘어가면 N87 코드에 부합한다는 자문 회신을 받아 면책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이형성증 진단으로 원추절제술 등을 받았다면 진단서 외에 영문으로 작성된 '조직병리검사 결과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결과지에 'CIN 2', 'CIN 3', 'HSIL' 문구가 적혀 있다면 임상 코드가 N87로 발급되었더라도 병리학적 제자리암 인정 근거와 판례를 갖춰 정식으로 다툴 수 있다.



